LifeLog/2023

우월함과 열등함

깡칡힌 2023. 4. 25. 01:05

나의 엄마는 스스로를 수동적인 사람이라 칭한다. 그녀는 가끔씩 나에 말한다. 도전하는 사람이 부럽다고. 무엇이든 주도적으로 하는 이들이 부럽다고. 그리고 우리 가족 같은 경우는 나의 누나와 아빠가 엄마가 욕망하는 인간상(그들은 주도적인 성향을 가졌다)에 가깝다. 나의 엄마는 주도적인 인간을 욕망하고 그들을 모방하려고 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엄마가 모방하는 특성(여기서는 주도적인 인간이라고 할 수 있겠다)은 우월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나와 엄마가 가진 수동적인 특성은 열등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녀는 자신이 주도적이고 도전적으로 사는 이들을 욕망한다고 해서 수동적으로 사는 인간을 열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글쎄. 나는 솔직히 이 주장은 모순이라고 생각한다. 우월함과 열등함이란 단어가 부담스러운 걸까? 아니면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소지가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우리는 보통 스스로의 상태보다 더 우월한 가치를 욕망하지 열등한 가치를 욕망하지 않지 않나? 나는 지금 궤변을 펴고 있는 것인가? 

 

내가 나의 엄마 머릿속에 들어가 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의 가치 체계에 대해 옳다 그르다 할 자격이 내게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지금 자신의 상태보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걸 욕망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게 인간의 본능이니까. 사회 통념 상 비난받을 각오를 하고 가난한 개발도상국에 사는 이들의 삶을 예로 들어보겠다. (만약 내가 가진 가치 체계가 이 공동체 존속에 위협이 되는 사상이라고 한다면 후에 교정하겠다) 우리는 가난한 개발도상국 사는 이들을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굶주리고 매우 많은 이들이 굶주리고 있다. 자, 여기서 질문. 그들의 삶은 열등한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선진국 사람들은 가난한 개발도상국민들의 삶을 살아도 상관없을까?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이미 더 좋은 질의 삶을 살고 있을 터. 내가 보기에 선진국 사람들의 삶의 형태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의 관점에서 볼때 더 우월한 삶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개발도상국민들 삶은 그런 관점에서 선진국 사람들의 삶에 비해 더 열등하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여기서 오해하지 말자. 개발도상군에 사는 사람들, 선진국에 사는 사람들 즉 그들 자체가 열등하다는 게 아니다. 그들의 삶의 질을 가지고 평가하는 것이다. 나는 인종차별주의자가 되고 싶지 않다. (I'm 황인종) 

 

엄마는 '우월'과 '열등'이란 단어 자체에 거북함을 갖고 있었던 것일까? 우리는 마음속으로 어떤 가치가 우월하다고 표현하는 걸 주저한다. 왜 그러냐. 어떤 가치가 우월하다 내지는 열등하다고 표현하는 건 너무 적나라하거든. 즉 우월과 열등이란 표현은 도덕적인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는 표현이기 때문에 사실상 의미는 유사 내지는 약하지만 그 본질은 비슷한 표현으로 바꿔보자. 우월과 열등이 거북하다면, 나아지고 싶은 상태, 벗어나고 싶은 상태로 표현하면 어떤가? 좀 덜 거북한가? 하지만 나는 솔~~직히 그 본질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는 아직 세련되게 표현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듯하다) 아마 나의 생각에 동의하지 못하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나는 왜 이리 삐뚫어진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자격지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