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을 믿지 않는다. 그리고 내 인생에 특별한 변화가 없는 한 지금의 믿음 체계가 바뀔 거 같지는 않다. (굳이 종교를 찾자면 Darwinism의 어깨에 올라탈 거 같다) 여태껏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진화의 신비로움을 느끼는 요즘이다. 나와 물고기가 원래는 같은 종이었다니. 얼마나 신비로운가. 창조론을 믿는 이들은 인간처럼 고도로 복잡한 생명을 창조한 이가 신이 아니면 누구겠냐고 주장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인간의 기관은 비효율적인 게 너무 많다. 대표적으로는 기도와 식도의 위치이다. 귀도가 뒤에 있고 식도가 앞에 있으면 음식을 먹을 때 기도가 막혀 죽는 이는 없을 텐데. 왜 창조주는 우리의 숨구멍을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설계한 것일까? 그것부터가 의문이다.
아침에 닥터나우의 대표인 장지호 씨의 인터뷰를 봤는데 나보다 한 살이 어린데도 불구하고 그의 도전정신과 갖고 있는 논리 체계는 나보다 훨씬 오래 산 이 같았다. 나이의 적고 많음이 그 사람의 능력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리적 시간의 존재는 무시하기 힘든 건 사실이다. 그는 어릴 때 어떤 계기로 그리고 어떤 경험을 했기에 지금의 그가 있는 거지? 그리고 나는 왜 도전에 대한 역치가 이리도 높은 거지? 개인이 느끼는 두려움의 정도는 얼마나 차이가 날까?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냐고? 사람의 성향, 즉 유전자가 한 사람의 인생을 어느 정도까지 결정하는지 알고 싶다. 똑같은 종에 속하는데도 불구하고 우리의 생활습관, 배경, 가지고 있는 정보, 성향은 그 확률분포가 너무나 다양하다. 지금까지 내린 잠정적결론은 그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개인의 의지, 노력하는 성격, 배부름을 느끼는 정도 등 이런 성향이 대부분 유전자에 의해서 그리고 좌우된다고 지금으로서는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신경과학과 뇌과학에 대해 아는 바는 매우 적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잠재적인 결론일 뿐이다. 그리고 나의 주관적인 편향도 배어있다. 내 현재 상태를 합리화할 이유를 찾기 위해서 그리고 자위하기 위해서 말이다.
내가 죽기 전까지 우리 뇌의 비밀은 어느 정도까지 밝힐 수 있을까? 알고 있다면 바꿀 수 있다. 설령 그것이 유전자에 의해서 결정되었다 하더라도 우리의 뇌는 매우 복잡해서 이해하기 힘들지만 역설적으로 너무나 복잡하기 때문에 유전자를 부분적으로 거스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영양 그리고 중독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고 식습관을 개선하고 지금도 배고픔에도 불구하고 본능을 거부하는 이유는 먹으면 안 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단순히 의지에 의한 것이 아니라 지금 음식을 먹으면 내 몸에 어떤 변화를 야기할지 구체적 사실에 대해 학습했기 때문이다. 알면 바꿀 수 있다. 그러니 알고 싶다. 내 뇌 더 나아가 유전자에 대해서. 나는 다윈의 사도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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