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까지 기부한 경험이 손에 꼽는다. 예전에 세이브더칠드런에 월 1만 원씩 2년 간 기부한 경험이 있으나, 솔직히 말하면 그 돈이 아까웠다. 남들이 들으면 쓰레기가라고 비난해도 할 수 없다. 당시 내가 느낀 감정이 그러니 말이다. 소득이 없던 나에게(지금도 없지만 ^^;) 월 1만 원은 생각보다 크게 다가왔고 그 돈이 어디에 쓰이는지 그리고 제대로 쓰이는지조차 알 수가 없었다. 즉 기부에 대해서 내가 체감하는 이익이 크지 않았다. 그때 어렴풋이 깨달았다. '기부도 타인을 위한 봉사도 내게 이익이 되지 않으면 하지 않는구나' 기부한 사람들은 기부를 함으로써 명예와 내면의 평안 그리고 안식을 얻는다. 일종의 무형의 대가다. (그 대가를 타인이 제공했든 아니면 본인 내면에서 창출했든 중요치 않다) 이런 무형의 이익이 기부나 타인을 위한 봉사를 함으로써 얻는 이익이다. 그리고 이 '편익'이 크면 클수록 기부를 할 유인은 커진다. 어떻게 보면 기부나 봉사 역시 거래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생산자는 물건과 서비스를 타인에게 제공함으로써 돈이라는 보상을 받는 반면, 기부나 봉사자들은 서비스(?) 제공의 대가로 명예와 감사함 그리고 봉사 행위를 함으로써 얻는 도덕적인 우월감과 마음의 평안을 대가로 얻는다.
무슨 말이 하고 싶냐고? 바로 정치인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정치인이라는 사람들에 대해서 궁금하다. 최근에 김남국이라는 국회의원의 뉴스를 보면서 더욱더 궁금해졌다. 그들은 왜 정치인이라는 직업(직업이라고 표현해도 되겠지?)을 택했을까? 그리고 왜 국민들을 위해 봉사하고 싶어 하는 걸까? 정치인들은 평소에도 '국민들을 위해서'라는 말을 자주 한다. 아니, 거의 입에 달고 사는 것 같다. 근데 솔직히 내 입장에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 가족이 아닌, 나와 유전자 근연도가 떨어지는 사람들을 위해 왜 굳이 봉사한다는 거지?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다만 대한민국은 한 민족이라고 했던가? 다른 나라보다는 비교적 유전자 근연도가 높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민족 국가에도 정치인은 있다)
고민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그들이 국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때는 그들과 국민의 이익이 일치할 때뿐이다' 정치인 역시 인간이다. 그리고 인간 행동의 본질적 동기는 생존과 번식이다. 그 생존과 번식을 위해 우리는 이 사회에서 유리한 지위 내지는 자원을 차지하고 싶어한다. '개인의 영달' 정도로 표현할 수 있겠다. (내가 지금 이 글을 쓰는 것도, 내 메타인지를 높이기 위함이며 내 메타인지를 높이는 목적 역시 그게 내 개인의 영달 즉, 나의 생존과 번식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 정치인들이 혹은 정치인이 되기를 소망하는 이들이 정치인이라는 직업을 택한 것은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다. 선택할 수 있는 직업, 아니 지위 중에 그것이 본인이 보기에 가장 가성비가 좋기 때문이다.
본래 '국민들을 위해서'란 미사여구는 전부 그들의 이익과 국민들의 이익이 결부될 때만 쓰여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면 정치인이라는 지위를 차지하기에 애로 사항이 있으니 그들은 지극히 합리적으로 그리고 아랑곳하지 않고 '국민들을 위해서'란 미사여구를 아무 때나 사용한다. 굉장히 불편한 것도 사실이지만 내가 만약 저 위치에 있을 때 다르게 행동할 거냐고 스스로에게 묻는다면 쉽사리 '그렇다'라는 답이 떨어지지 않는다. 나 역시 개인의 영달 그리고 내가 속한 공동체의 생존과 번식을 위해서 살아가는 유기체이다. 그들과 다르지 않다. 아마 똑같이 행동할 것이다.
그들을 무조건적으로 비난하는 게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니, 비난해서 해결될 수 있다면 그러겠지만 과연 해결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그러니, 나 같은 일반 서민들이 해야 할 일은 그들을 최대한 명예롭게 만들어줘야 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들과 우리의 이익을 결부시켜야 해야 한다. 그들에게 존경심을 표하고 명예롭게 해준다면, 그 명예 자체가 그들에게 이익이 된다. 명예라는 사회적 자산은 생존과 번식에 도움이 되니 말이다. 명예라는 자산이 생긴다면 그들이 우리의 요구를 무시하기는 꽤 힘들어진다. 우리의 이익을 고려치 않으면 자신의 이익, 즉 명예라는 자산에도 평가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우리의 이익과 정치인들의 이익은 결부된다. 그들을 명예롭게 만들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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