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하는 데 있어서 마케팅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본질을 강조하는 어떤 이들은 "마케팅은 부차적이며 가장 중요한 것은 제품이나 서비스 그 자체다. 우리가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의 질이 좋다면 소비자들은 당연히 우리의 제품과 서비스를 선택한다"라고 주장한다. 굉장히 합리적으로 돌린다. 나는 이런 주장에 동의했다. 그것이 소비자로서 내 이해관계에 맞으니 말이다. 하지만 요즘 들어, 마케팅의 중요성을 내가 너무 간과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사실 난 마케팅에 굉장히 부정적이었고 아직도 그 생각이 완전히 가시지도 않았다. 마케팅 업계에 있는 이들은 마케팅이란 우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몰랐던 잠재적 소비자에게 우리 제품을 알리고 그들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일이라며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멋진 단어를 가져다 쓰며 마케팅의 이점에 대해 주창하겠지만 내 반응은 '글쎄?'였다. 그냥 제품(서비스)을 많이 팔아서 돈 많이 벌고 싶다는 그 속내를 감추기 위해 세상에 모든 좋은 말을 가져다 쓰는 지닌 솔직하지 못한 사람들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그들의 얘기만 들어보면 그 제품(서비스)은 단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인류가 개발할 수 있는 최고의 제품이며 안 사면 오히려 내가 손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이 들면 그들은 옳다구나 하고 당신에게 말할 것이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이 바로 그거입니다. 일시불로 할까요, 할부로 할까요?"
마케팅은 본래 물건을 팔고자 하는 이들의 이익과 결부돼 있다. 즉 그들은 자신들의 제품(서비스)을 더 팔고 싶어한다. 그러기 위해 마케팅이라는 수단을 활용해 잠재적 소비자에게 그들의 제품을 알린다. 하지만 제품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에서 정보의 비대칭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자신의 이익과 결부된 제품 생산자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는 극대화하거나 과장하며 불리한 정보는 숨기려 한다. 고객이 궁금해하지 않으면 더욱 좋다. 이것이 마케팅에 대해 내가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이유다.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용해 어떨 때 보면 사기라고 보일 만한 과장 마케팅을 하는 업체도 있으니 말이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소비자인 내 입장에서 가지는 생각이다.
하지만 반대로 내가 제품 생산자의 입장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제품을 많이 팔수록 나의 이익은 더 커진다. 그러기 위해서 소비자가 제품을 사기 꺼려할 만한 정보는 최대한 공개하지 말라고 옆에 앉은 동료가 조언한다. 마음에 내키지 않는다. 뭔가 속이는 듯한 느낌도 든다. 하지만 불법은 아니란다. 그리고 많이 팔면 팔수록 내가 취할 수 있는 이익이 상승한다. 기하급수적으로 말이다. 자, 그럼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나는 당신들과 다른 사람이라며, 잘난 듯이 도덕적 우월성을 강조하며 고객에게 나의 제품의 장단점을 모두 알려 선택을 받아야 할까? 하지만 이것 역시 하나의 마케팅 전략 아닐까? 즉, 타 업체는 자사 제품의 이점만 알리는 반면, 우리는 그들과 달리 장단점을 모두 알림으로써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싶다는 일종의 도덕을 내세운 마케팅 말이다.
나는 이 세계에 태어나서 생산자의 입장에 서본 경험이 거의 없다. 전무하다. 그래서 내 생각은 늘 소비자의 입장에서 파생됐다. 하지만 생산자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니, 그들 역시 나름의 입장이 있다. 소비자는 불필요한 소비를 하지 않아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싶고 생산자는 반대로 자신의 제품을 최대한 많이 팔아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싶다. 둘 다 그 본질은 자신의 이익 극대화다. 자, 난 어떤 입장을 택해야 할까. 생산자의 길을 걸어보고 싶은 지금 역시 소비자의 생각을 갖고 소비자들에게 접근해야 할까, 아니면 생산자의 위치에 있으면 생산자답게 내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접근해야 할까. 세상사는 논리적으로 귀결되는 게 하나도 없다. 제마다 모순이 있다. 그래서 더 어렵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따구로 생겨먹은 세계에 던져졌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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