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터디 카페에 다니고 있다. 이런 공부를 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공되는 시설(e.g. 도서관, 독서실)에 와보면 반드시 공무원 준비를 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나는 지나가다 그들이 어떤 걸 공부하는지 힐끔힐끔 쳐다본다. 그들이 무엇을 공부하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과목도 여러 가지다. 교육학개론, 국어, 영어, 행정법총론, 회계학원리 등 나는 보기만 해도 머리가 아프다. 또 그 책에 쓰여 있는 글들은 얼마나 딱딱한가. 왜 그런 표현들 있지 않은가. 한국어지만 이해하기 힘든 표현들. 예를 들어, '다음 사람의 행위가 위법성이 조각되는 이유를 설명하세요' 같은 표현들. 무슨 말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필히 한자로 된 법 관련 용어가 많아서 그러리라.
사실 위 얘기를 한 이유는 공무원이 되기 위해 하는 공부의 효용에 대해서 나는 예전부터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공무원이 되기 싫었고 지금도 싫다. 그리고 될 역량도 없다. 공무원에 합격하는 이들은 나보다 뛰어난 이들일 터. 다만 내가 고민스러운 지점은 그들이 공무원이 되기 위해 공부하는 과목의 필요성에 대해서다. 보통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기간이 1~2년 정도라고 가정하면 그들은 시험에 통과하기 위해서 내가 위에서 나열한 과목들을 공부해 각 시험마다 일정한 점수를 거둬야 할 것이다. 근데 말이다. 그 과목이 정말로 공무원 업무를 하는 데 필요한 건가? 정말 모르겠다. 학교 공부와 마찬가지 논리를 적용해야 하는 걸까? "실생활에 직접적으로 필요하지는 않겠으나, 공무를 하는 데 간접적으로 필요하니 공부할 필요가 있다." 위정자들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예전부터 느낀 거지만 우리나라 교육은 너무 이론 위주다. 조금 더 실용적인 지식을 알려주면 좋겠다. 아니, 그렇지 않은가. 공무원 시험이 있다는 것은 일정 자격이 되는 사람만 뽑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필히 수요보다 공급이 많다는 의미다. 그러면 떨어진 사람에게 2년은 고스란히 매몰비용이 된다. 그 사람이 공무원이 되기 위해 공부한 2년 동안의 지식이 필요한 필드에서 일할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사람일은 모르는 거라고? 그래도 모든 경험은 의미가 있는 거라고? 맞다. 그러면 조금 더 의미 있게 만들어주자. 조금 더 실무 위주의 과목을 가르치면 안 되는 거냐? 나는 예전부터 궁금했다. 왜 우리는 초중고를 다니는 동안 살아 가면서 가장 중요한 돈에 대해서, 그리고 금융에 대해서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던 걸까. 미적분 중요하지. 근데 그게 왜 중요한지 알려준 사람은 별로 없는 걸까? 알려줬는데 너가 제대로 안 들을 거라고? 그렇다면 미안하다만, 나와 같은 소리를 하는 게 나 하나만은 아닌 듯하다.
지적 허영을 버리고 조금 더 실무 위주의 지식을 알려주면 좋겠다. 그게 그렇게 어려운 걸까? 아니면 나는 그냥 아무것도 모른 채 내 입장에서만 땡깡 부리는 응석쟁이에 불과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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