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Log/2023

zero-sum과 plus-sum

깡칡힌 2023. 5. 30. 17:50

주식 시장은 제로섬인가? 아니면 플러스섬인가? 어릴 때 어른들에게 간간히 들은 말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주식 투자는 도박이라고 그리고 주식 투자하면 패가망신한다고 말이다. 나 역시 이런 의견에 일정 부분 노출이 되었기 때문에 주식 투자는 도박이라는 생각을 예전부터 어렴풋이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해본 적도 없는 주제에 말이다. 주식투자가 도박, 즉 제로섬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주식 투자가 소위 돈 넣고 돈 먹기라고 주장한다. 즉 한쪽이 따면 한쪽이 잃는다는 것이다. 반면, 플러스섬 진영에 있는 이들은 주식 투자는 절대 도박이 아니며 주식 투자가 도박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주식 투자를 투자가 아닌 도박의 관점에서 접근한다고 비판한다. 반대 진영에 있는 이들은 주식 투자란 기업에게 자금을 지원하고 기업과 함께 성장 과실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한다. 여기서 과실이라고 하면 배당 정도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자, 그럼 왜 주식 투자가 도박이고 도박이 아닌지 그들의 논리를 한 번 파헤쳐보자. 먼저 제로섬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의 주장은 주식 투자란 결국 누군가 벌면 누군가 잃기 때문에 주식 투자가 도박이라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보자. 지희는 아침에 우연히 주가 창을 보다가 삼성전자가 일주일 전보다 많이 떨어진 듯싶어 10주만 매수해보기로 한다. 시가에 예약을 걸었기에 바로 매수 체결 알림이 온다. 자, 이 과정을 잠시만 들여다보자. 지희가 삼성전자 주식을 10주 샀다는 의미는 반대로 말하면 누군가 10주 팔았다는 걸 의미한다. 즉, 지희에게 주식을 판 매도자가 있기에 지희가 주식을 구매할 수 있었다. 지희에게 삼성전자 주식 10주를 판 사람은 정확히 지희와는 반대되는 판단으로 주식을 팔았다. (급전 마련 등 기타 다른 이유는 제외하자) 매도자는 삼성전자 주가가 떨어질 거라고 판단했기에 지희에게 주식을 팔았고 지희는 반대로 주가가 오를 거라고 생각했기에 매도자에게 주식을 매수했다. 만약 지희에게 주식을 매도한 이의 생각대로 삼성전자 주가가 떨어지면 떨어진 만큼의 차익은 지희에게 삼성전자 주식을 판 매도자가 가져가는 것(매도자가 현재보다 주식을 싸게 샀다면 말이다)이며 지희는 손해를 본다. 반대로 주가가 오른다면 지희는 오른 가격보다 싸게 샀기에 그 차이만큼 차익을 얻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차익은 아직 지희 통장에 있는 것이 아닌 말 그대로 평가 차익일 뿐이다. 지희가 실제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오른 가격대로 주식을 사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그리고 일주일 뒤, 주가가 꽤 올랐다고 판단한 지희는 시장가에 주식을 매도한다. (야호!) 지희에게 주식을 매수한 이는 또다시 지희와는 정확히 반대되는 판단으로 주식을 매수했다. 지희는 주가가 떨어질 거라 생각해 매도한 반면 지희에게 주식을 매수한 이는 반대로 주가가 더 오를 거라는 판단으로 주식을 매수했다. 매도자는 다시 그(그녀)보다 주식을 비싸게 사줄 누군가를 기다려야 한다.

 

제로섬 진영의 사람들은 주식 투자란 결국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기 때문에 이는 도박과 다름없다고 주장한다. A와 B와의 블랙잭을 통해 판돈을 다 잃었을 때, 자기 집의 전세금을 빼서 칩으로 바꾸면 그게 시장 파이가 커진 거냐고 비아냥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즉, 우리는 항상 우리보다 비싸게 사줄 바보를 기다려야 한다. 내가 그 바보가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이제 플러스섬 진영의 사람들의 주장을 들어보자. 왜 주식 투자는 도박이 아닐까? 그들은 제로섬 진영의 사람들은 주식 투자를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만 생각한다고 비판한다. 그들에게 주식 투자란 회사에 자금을 지원하고 회사와 성장 과실을 나누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성장 과실이란 무엇인가? 바로 배당이다. 회사는 영업 활동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고 그 창출된 이익을 더 큰 이익을 위해 생산 활동에 재투자하거나 주주와 배당을 통해 이익을 공유한다. 그리고 그 배당은 다른 주주들의 돈이 아닌 기업이 생산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일부다. 즉 플러스섬 진영의 사람들은 주식 투자가 주주들에게 시세 차익 말고는 아무런 편익도 제공하지 않는다면 도박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엄연히 배당을 통해 이익을 주는 데 이것을 도박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플러스섬 진영의 사람들의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배당은 엄연히 주주들의 돈으로 주는 게 아닌 회사가 생산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돈이니 말이다. 또한 실제로 미디어에 노출된 사람들, 즉 주식 투자로 돈을 많이 번 이들은 대부분 주식 투자를 도박이 아닌 투자의 관점에서 접근한 이들이 많다. 그리고 플러스섬 진영의 주장은 뭔가 더 있어 보인다. 기업과 성장 과실을 공유하는 게 주식 투자라니. 내가 한 거라고는 거칠게 말해서 내 돈을 지원한 것밖에 없는데 생산 활동에 기여했다니. 주식 투자로 돈도 벌고 사회 발전에도 이바지한다는 느낌도 준다. 

 

이제 내 의견을 말하자면, 나는 솔~~~직히 제로섬 진영의 사람들의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플러스섬 진영의 주장도 분명 일리가 있다. 배당은 주주의 돈이 아닌 생산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돈이니 시장의 파이가 더 커진다는 것도 동의가 된다. 하지만 말이다. 주식 시장에서 부자가 된 사람들이 정말로 배당을 통해 부자가 됐을까? 분명 그런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배당이 그들이 부자가 되는 데 분명 도움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부자가 된 게 배당 때문이라고 묻는다면 나는 약간 회의적이다. 배당보다는 대부분의 부자들은 시세 차익을 통해 부자가 된 게 아닐까? 즉, 자기보다 더 비싸게 사준 사람들이 있기에 그들이 부자가 된 것이 아닐까 하는 게 내 생각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주식 시장이 온전히 제로섬이라는 말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배당으로 인해 플러스섬인 측면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제로섬의 성격이 조금 더 강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어떤 현상을 판단할 때 모 아니면 도라고 이분법처럼 판단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세계는 복잡계니 말이다. 주식 시장은 플러스섬인 면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제로섬적 성격도 분명히 있어 보인다. 판단은 각자 알아서 하자.

 


# 의식의 흐름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까? 부자는 누구를 말하는 거지? 단적으로 말하면 부자는 돈이 많은 사람들이다. 그리고 돈을 어떻게 버냐고 묻는다면 다른 사람 호주머니에서 내 호주머니로 돈을 가져오는 것을 우리는 돈을 번다고 말한다. 훔쳐오는 것을 제외하고 말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타인에게 (타인이 만족할 만한) 가치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그들의 돈을 내 호주머니로 옮긴다. 음식 제공, 헤어 서비스 제공, 교통수단 제공 등 그 수단은 가지각색이다.

 

시세차익을 바라보고 하는 투자는 사뭇 다르다. 가치가 오를 것이라 판단되는 자산을 미리 매수하고 그 자산의 가치가 오르면 매도한다. 이것이 시세차익 바라보고 하는 투자다. 왜 가격이 올랐지? 가치가 올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가치가 올랐을까? 그 자산이 이전보다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지하철이 들어선다는 뉴스에 오른 지역 부동산은 그 부동산 수요자들에게 이전에는 제공하지 못했던 역세권이라는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고, 삼성전자는 작년보다 더 많은 반도체를 생산해 더 많은 가치를 기업체나 사람들에게 제공할 거라고 기대되기에 가격이 올랐다. 흠... 혼란스럽다. 이런 거 보면 제로섬이 아닌 것 같기도.... 

 

# 추가

이 글을 쓰다가 생각이 약간 바뀌었다. (이 얼마나 알량한 소신인고? ㅋㅋㅋ) 나는 배당이 존재하지 않는 주식 투자는 도박이라고 생각했으나 그렇지 않은 듯하다. 위 글에서 돈이란 결국 가치의 교환수단이다. 우리는 우리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사람에게 돈이라는 대가를 지급한다. 회사 역시 마찬가지다. 회사는 다수의 사람들 혹은 기업체에게 그들이 만족할 만한 서비스나 제품을 제공하고 돈을 번다. 그리고 그들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이나 기업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회사의 가치는 오른다. 더 많은 이들에게 가치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즉, 배당을 하지 않더라도 가치를 제공한다면 그리고 그 대상이 많아진다면 자산으로서 회사의 가치는 상승한다. 만약 내가 배당을 하지 않는 회사의 주식을 샀더라도 내가 해당 주식을 팔 시점에 내가 주식을 산 시점보다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면 자산으로서 회사의 가치는 상승하는 게 온당하다. 그리고 현재 상승한 가치 역시 주가에 반영됐기에 나는 시세차익을 남길 수 있다. 이 시각으로 본다면 주식 투자는 도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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