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로부터 찬사를 받은 책이길래, 나 역시 왜 이 책이 다른 사람들이 많이 읽혔나 알고 싶었다. Hans Rolsing은 스웨덴에서 태어나서 공중 보건 분야에서 의사로 일하다가 어린 시절에 배운 낡은 세계관에 대한 사람들의 오해와 편견과 싸운 통계학자이기도 하다. 우선 책 자체가 매우 잘 읽혀서 좋았다. 어려운 표현이나 자료로 사용된 도표들이 어려운 내용이 아닌, 누구나 읽거나 해석하기가 쉬었다. 무언가에 몰입하는 능력이 부족한 나 역시 쉽게 읽히는 책이었다(그렇다고 몇 시간 스트레이트로 읽지는 못했다. 이 부분 역시 꾸준히 개선해야 할 문제이다).
저자는 우리가 예전에 배운 세계에 대한 낡은 지식을 업데이트꾸준히 업데이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예전에 배웠던 정보들, 세계 극빈층의 비율, 아동 인구의 비율, 아동 사망률, 기후변화, 세계인들의 전기 공급 비율 등 우리가 흔히 비슷한 결론을 내일 만한 사실들에 대해서 사실은 그게 아니라고, 그 주장은 40년 전에 주장하면 사실일지 몰라도 현재는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지난 20년 간 세계 인구에서 극빈층 비율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라는 질문에 선진국 사람들(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일본, 영국, 캐나나, 오스트레일리아, 독일, 미국, 벨기에, 한국, 프랑스, 스페인, 헝가리)의 정답 비율은 30%를 채 넘지 못했다. 선택지가 3개라서 찍기만 해도 33.3%의 확률로 맞출 수 있는데도 말이다. 침팬지보다도 낮은 정답률이다.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는, 우리 머릿속에는 세계는 극적으로 나뉘어져 있고 뉴스에서 보도되는 지극히 일부의 사례만 가지고 우리 마음의 내적 심상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즉 세계는 선진국과 개발도산국 이렇게 두 개의 양극단으로 나뉘어져 있지 않으며, 소득 수준으로 구분하자면, 못 사는 국가(A), 조금 더 잘 사는 국가(B), 중간 정도의 국가(C), 잘 사는 국가(D) 이런 식으로 양 극단이 아닌, 조금 더 세밀하게 세계는 구분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정보(선진국과 개발도산국, 부자와 빈자, 보수 진부)는 양극단이 아니라 넓게 분포된 점들로 구분해야 한다. 하지만 이분법은 굉장히 편리한 범주화 도구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인지적 귀찮음을 핑계로 이분법을 쉽게 받아들인다. 이는 세계에 대한 우리의 편견과 오해를 야기할 수 있다.
우리가 세계를 오해하는 이유는 10가지 본능 때문인데, 간극본능, 부정본능, 직선본능, 공포본능, 크기 본능, 일반화 본능, 운명 본능, 단일 관점 본능, 비난 본능, 다급함 본능이 바로 그것이다.이러한 본능은 세계를 왜곡하고 잘못 이해하고 잘못 판단하게 한다. 이러한 본능을 제어하는 것은 데이터를 보는 것이다. 절대적인 사실을 믿는 것이다. 때문에 저자는 특히 데이터 신뢰성과 그 데이터 생산자 신뢰성을 보호하는 일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데이터는 진실을 말하는 데 사용해야지 아무리 의도가 좋아도 행동을 촉구하는 데 사용해서는 안 된다. 계속 기억하고 싶은 명언이다.
나 역시 지금까지 굉장한 편견과 오해의 덩어리였다. 지금까지의 나는 내가 주장하는 바는 대부분 옳고 상대방의 주장을 무시하지는 않았지만(싸움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에) 그 당시에는 그럴 수 있다고 합리적인 인간인 양 말했지만, 내면적으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금이라고 해서 조금 의식적으로 개선하려고 노력하지만 크게 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교류하고 있는 사람이 1~2명 정도로 거의 없다. 아마 이건 내가 매력적인 사람이 아니기도 하겠지만, 굉장한 아집과 독선이 있기 때문이라고 최근들어 생각하고 있다. 팩트풀니스를 비롯해 이렇게 책을 읽고 글쓰기에 재주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책 읽은 후의 느낌을 글로 남기려는 이유는, 내 생각을 정리하고 혼자만의 세계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직접적으로 듣고 교류할 기회는 많지 않지만, 책이라는 간접 매개체를 통해서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나만이 옳다는 태도를 버리기 위해서... 이렇게 글을 쓰는 이 행위가 굉장히 귀찮다. 아마 익숙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한 사람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컴포트 존을 벗어나 낯선 일을 할 때 비로서 성장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아마 그렇게 미디어로부터 학습된 것일 수도 있다) 부디 이 습관이 오래 지속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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