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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기원:인간의 행복은 어디서 오는가 / 생존과 번식 행복은 진화의 산물이다 (서은국)

깡칡힌 2022. 11. 6.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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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뭘 할 때 행복한지 모르는 요즘,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 행복에 관련한 이런저런 책을 찾던 중, 송길영씨가 추천해준 행복의 기원이란 책에서 나의 의문에 대한 답을 청해봤다.

행복이란 뭘까? 행복은 느낌인가? 감정인가? 행복은 지극히 주관적인 느낌(혹은 감정?)이라서 구체적으로 정의하기가 어렵다. 예전부터 어떤 일을 해야 행복한지 고민을 안 한 건 아니지만, 그 깊이가 깊지 않았고, 대부분의 경우 역시 안락한 safety zone에 있는 게 너무 좋고, 벗어나고 싶지 않아 행복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보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취업 전선에 뛰어들고, 부모님이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서 오로지 나 한 사람의 힘으로 내 삶을 책임지기 위해서 행복에 대한 고민을 깊게 하기 시작했다. 언젠가부터 빌게이츠나 스티브잡스처럼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이 너무 행복해서 밤을 새웠다는(물론 사실이 아닐 수도 있지만) 사람들이 너무 부러웠다. 어떻게 하면 그런 일이 잠을 자거나 먹는 것과 같이 본능에 충실한 것보다 더 행복할 수 있지? 그들은 정말 나와는 다른 사람인 건가? 나는 살면서 [밥 먹는 일, 잠 자는 일, 성 행위]를 와 같은 본능에 충실한 것보다 더 우선적으로 하고 싶은 일은 많이 없었던 거 같다. 친구들과 축구를 하거나 다 같이 모여 PC방에서 게임을 하는 거 등을 제외하면... 그렇다고 이런 일들을 업으로 삼아 수익을 창출하기에는 내 능력이 모자른다.

 

나는 여태까지 비단 사람이란 행복하기 위해서 살아간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저자는 그 생각의 기원은 아리스토텔레스이며 이는 선후 관계가 바뀌었다고 주장한다. 인간은 행복감을 느끼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 살기 위해 행복감을 느낀다. 무슨 말이냐, 인간이 살아가는 목적은 무슨 거대한 철학적인 이유를 갖다댈 만큼 거창한 게 아니라 단순히 유전자의 번식하고자 하는 목적을 위해 살아간다는 것이다. 즉 우리의 대부분의 행동은 유전자의 번식이라는 제 1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함이며, 유전자는 개체 자체의 행복감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감을 느끼는 이유는, 개체가 행복감을 느끼지 못해 도중에 죽기라도 하면 유전자는 번식이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지금 내가 책을 읽고 이렇게 귀찮게 글을 쓰는 이유 역시 유전자의 번식이라는 거대한 서사 위에 있는 건지도 모른다. 즉 행복이란 뇌가 느끼는 쾌락이며 행복에 거창한 철학적인 이유 따위는 없다. 단순히 인간의 번식을 위한 유전자의 장난일 뿐이다. 꽤 신선한 충격이다. 대부분의 인간의 단 한 번뿐인 삶이라는 거대한 서사에 무언가 그럴 듯한 거창한 이유와 철학적인 목적을 갖다 붙이지만 실상은 번식이라는 유전자의 이기적인 명령을 수행하기 위한 것일 뿐, 여태까지 우리가 생각하고 받아들여왔던 거창한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단순히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역시도 우리가 삶을 소중히 생각하도록, 가치 있게 여기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래야 번식이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테니, 유전자가 그렇게 생각하도록 조작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애초에 삶이란 그냥 번식을 위해 살아가는 것일 뿐, 개체의 철학적인 목적은 어차피 유전자의 장난일 뿐인가? 그렇다. 모든 건 유전자의 장난이다. 매슬로의 5단계 이론 중, 가장 상위의 욕구인 자아성취의 욕구 역시 반대로 해석해야 한다. 자아성취의 욕구 역시 번식하기 위해 존재하는 욕구이다. 자아성취를 이뤄서 행복이라는 쾌락을 느끼지 못해 개체가 죽기라도 한다면 번식할 수 없으니 말이다.

 

자, 우리는 행복이라는 추상적인 관념이 쾌락이라는 구체적인 느낌이라는 걸 알았다. 그렇다면 이 쾌락은 어떻게 느낄 수 있을까? 행복이라는 쾌락을 느끼기 위해서는 사람이라는 자극이 필요하다. 즉, 인간이라는 개체는 다른 개체와 같이 상호작용을 할 때 비로소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맛있는 걸 먹거나 잠을 자고 난 이후에 행복을 느끼는 이도 있겠지만 더 근원적인 행복 쾌락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상호 작용을 통해서 느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성행위도 인간의 행복을 위해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다. 따라서 나같이 내향적인 사람보다는 외향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비교적 행복감을 느낄 가능성이 크다(나 같은 내향적인 사람에게는 참 절망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큰일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왜 나는 내향적인 사람이 됐을까, 유전일까, 아니면 후천적으로 생성된 성격인지 궁금했다. 내 주변에는 왜 교류하는 사람이 없는지... 아마 100% 내 성격 문제일 것이다. 이런 성격을 고쳐야 하는 건지는 아직 판단이 잘 서지는 않지만 개체의 행복이라는 관점에서 나아가 번식이라는 관점에서는 아마 고쳐야 할 듯 싶다(고쳐진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