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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 반격의 사피엔스, 진화생물학에서 찾은 행복의 기원 (권행백)

깡칡힌 2022. 11. 6.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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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 반격의 사피엔스, 진화생물학에서 찾은 행복의 기원 by 권행백

나에 대해 더 잘 알고 싶은 요즘, 이름에 꽂혀서 읽게 된 책이다. 나는 나에 대해서 아직 잘 알지는 못하지만 지금까지 느껴본 바로는 나라는 사람은 지극히 본능에 충실한 사람인 듯하다. 나에게 주어진 업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배가 고프면 그 일은 언제든지 중단되어 본능에 충실해진다. 책을 읽는 행위, 즉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정보를 텍스트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받아들이는 행위 역시 상당한 인지적 자원을 소모한다. 그래서 책을 읽으려는 인지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약 10분만 지나면 그 어떤 수면제보다도 강력한 피곤함이 밀려온다. 나는 교류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래서 우물 안 개구리가 되는 게 싫어서 간접적으로나마 다른 사람의 의견 내지는 관점을 받아들이고자 책을 자주 읽는 습관을 들이려고 했다. 하지만 절망스럽게도 나에게 책을 즐기는 재능은 없는 듯하다. 책을 읽는 다는 건 나에게 무척이나 고통스러운 행위이다. 빌 게이츠같이 성공한 사람들의 다큐멘터리를 보면 그들은 일주일 동안 책만 읽는다는데, 나는 그런 사람처럼 책을 사랑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들과 나는 달랐다. 이 때부터는 이게 단순히 노력 여하에 따라 책을 즐기는 게 아니라 책을 진심으로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은 나와는 다른 유전자가 있는 건가? 유전자 문제인가? 같은 생각이 들었다.

유전자. 나는 열등한 유전자를 타고 났고, 빌 게이츠 같은 사람은 우월한 유전자를 타고 난 것일까? 물론 열등하냐, 우월하냐의 기준은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세계에서 더 많은 자원을 가지는 데 도움이 되는 유전자를 말한다. 그런 면에서 아빠나 엄마 집안에서 이 세계에서 내 귀에 들어올 만큼 성공한 사람이 없는 것도 유전자의 문제로 설명이 가능하다. 남들이 들으면 아직 그럴 듯한 성과를 내지 못한, 능력 없는 20대의 푸념으로 들릴 만하다. 맞다. 푸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알게 된 사실은 다음과 같다. 유전자는 이길 수 없다. 하지만 부분적인 저항은 가능하다. 사실 유전자는 자손만 남기면 되기에 각 개체의 행복이나 자기다움 따위는 안중에 없다. 그럼에도 인간은 이런 유전자의 이기적 본성에 부분적으로 저항하여 자기다움을 찾는 유일한 개체이다.

나는 유전자의 본성에 부분적으로 저항함과 동시에 나다움을 찾을 수 있는 일을 아직 찾지 못했다. 개발자를 목표로 현재 나아가고 있지만 개발이 나에게 주는 만족감이 아직까지는 그리 크지 않다. 찾고 싶다. 유전자에 저항하지 않으면서도 자기다움을 찾을 수 있는,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