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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행자 (자청, 자수성가 청년)

깡칡힌 2022. 11. 7.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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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행자 By 자청

최근 유전자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다. 나는 왜 다이어트를 하기로 마음을 먹어도 며칠 있으면 원래의 삶의 루틴으로 되돌아가는가. 유튜브로 정치쇼나 애니메이션을 안 보기로 했는데, 왜 나는 이 사실을 행동하는 그 시점에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래의 생활 습관을 답습하는가. 나는 왜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정치 팟캐스트를 라디오처럼 듣고 있는가. 요즘 내 최대 고민이다. 인간의 이성은 본능을 이길 수 없는 것일까? 내가 현재까지 얻은 답은 '그렇다' 이다. 내게 자유의지란 게 있는 걸까. 크게 의심이 되는 요즘이다.

'역행자'를 읽은 이유도 저자도 비슷한 주장을 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인간에게 자유 의지란 없으며(저자의 생각이다) 인간이 하는 대부분의 행동은 원시시대부터 살아남은 유전자의 결과라는 것이다. 나 역시 어느 정도 동의한다. 경험적으로 말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내가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비단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세계는 내 위주로 돌아가며, 어떤 위기 상황도 나만은 벗어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나는 그냥 이 세계에 존재하는 동물에 불과하다. 모든 동물이 그러하듯 유전자가 남겨준 행동 방식에 의해 사고하고 행동하며 그것을 역행하지 못한다. 본능과 이성이 충돌할 때 대부분은 본능이 승리한다. 이런 유전자의 폭정에 맞서기 위해 저자는 7가지 로드맵을 제시하는데 솔직히 책을 읽을 때는 '그렇구나'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지만 정작 이 글을 쓰는 시점에는 머릿속에 남아있는 정보가 별로 없지만 그 단계는 다음과 같다.

  1. 자의식 해체
  2. 정체성 만들기
  3. 유전자 오작동 극복
  4. 뇌 자동화
  5. 역행자의 지식
  6. 경제적 자유를 얻는 구체적 루트
  7. 역행자의 쳇바퀴

가장 공감이 됐던 지점은 '자의식 해체'와 '유전자의 오작동 극복'이다. 자의식 해체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자의식은 자신의 자의식을 보호하기 위해 디자인 됐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이를 테면, 주식 투자를 실패하면 아주 이성적인 판단으로는 내가 왜 실패했는지 분석하고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나만의 시스템을 만드는 게 베스트일 것이다. 하지만 이 단계는 내가 틀렸다는 걸 인정해야 하고, 고통스러운 기억을 끄집어내야 하므로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 아닐 수 있다. 이 때 나의 뇌는 자의식을 보호하기 위해 '괜찮다, 이것도 경험이지, 뭐' 와 같은 달콤한 위로를 스스로에게 건냄으로써 자위한다. 또한, 나보다 우월한 사회적 지위에 있거나, 훨씬 훌륭한 성과를 낸 사람들을 보면 거기로부터 배움을 구하는 사람은 매우 소수일 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성과나 그런 성과를 낸 개인을 비난하기 바쁘다(유튜브나 네이버 댓글을 보면 알 수 있디). 나 역시 내 또래의 나보다 훨씬 대단한 사람을 보면 옛날부터 그 사람의 성과를 비난하기만 했던 거 같다. 지금도 그런 사람을 보면 자의식을 보호하기 위해 상대방의 성과를 까내리려는 모습이 내 내면에서 보이면 스스로 돼내인다. '이건 내 자의식을 보호하기 위해 날 속이고 있는 거다' 라고 말인다. 상대방을 인정하고 거기서 뭔가를 배우려는 마음, 너무나 간단하지만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게 너무 어려웠고 지금 역시 쉽지 않다.

'유전자의 오작동' 역시 자의식 보호와 비슷한 맥락이다. 우리의 뇌가 자의식을 보호하는 이유는 근본적으로는 개체를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명백한 개체의 오류에도 불구하고 개체가 잘못된 생각을 해서 자살이라도 한다면, 번식이라는 제 1의 목표를 유전자 입장에서는 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전자의 오작동은 비단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나는 지금도 그렇고 예전부터 소심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고 내가 느끼기에도 나는 소심하고 겁이 많다. 하지만 이런 성격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기에 남들로부터 환영받는 특질은 아니다. 하지만 원시시대에는 이런 성격이 생존하기에 좋은 성격이었을 것이다.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성격은 생존하기에 적합한 특질이 아니었다. 예를 들어, 어떤 진취적인 개체가 있는데, 눈 앞에 버섯이 너무 맛있어 보여서 평소 그(그녀)의 성격대로 버섯을 맛보았는데 알고 보니, 독버섯이라면 그 개체는 번식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따라서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특질을 가진 개체는 번식에 성공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소심하고 도전하기를 꺼리는 개체가 살아남았다는 게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현재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개체는 그럼 어떻게 등장한 거지? 변이인 건가?)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위와 같은 상황이 발생할 확률이 매우 낮으므로, 오히려 정반대이다. 소심하고 도전하기를 꺼리는 성격은 현대 사회에서 자원을 획득할 가능성이 낮고 상위 계층으로 가기도 매우 어렵다. 반대로 도전적인 특질을 지닌 개체는 생존하는 데 유리한 자원을 얻는 데 매우 유리하다. 그런 면에서 보면 나는 내 특질을 개조해야 한다. 유전자의 폭정에 맞서서 말이다. 며칠 전에 '유니톤' 이라는 해커톤을 신청하려고 신청서를 작성하던 중, 고통스러운 생각이 계속 들었다. '낯선 사람과 잘 소통할 수 있을까, 내가 도움이 안 되면 어떡하지, 내 개발 실력이 너무 형편없어서 모욕을 당하면 어떡하지 등등'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상황을 가정하면서 스스로 겁먹은 내 모습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이건 분명 유전자의 오작동, 클루지가 틀림없다. 여기서 한 가지 깨달은 점은 소심하고 도전하기를 꺼리는 건 내 잘못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다. 이런 유전자의 오작동을 인지하고 거스르는 사람만이 상위 계층으로 갈 수 있다.

솔직히 책 내용을 한 번 읽은 것만으로 완벽히 내재화 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적어도 지금 느끼는 생각은 다음과 같다.

  1. 다른 사람의 성과를 비난할 때 이것은 유전자의 오작동으로 인해 내 자의식을 보호하려는 것임을 인지하자.
  2. 자원을 획득하려면 실천하고 도전해야 한다. 행동하기 전에 두려움이 이는 건 자연스럽다. 그럴 때마다 유전자의 오작동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