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유튜브에서 이번 이태원 참사의 책임이 있는 이임재 용산경찰서장과 류미진 총경이 참여한 행정안전위원회 전체 회의가 있었다. 두 사람은 이번 참사에 상당한 책임이 있는 인물로 언론에 보도되고 있으며, 그들이 대처가 조금만 빨랐으면 희생자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평가도 있는 상황이다.
상황은 이렇다. 경찰은 비상 상황을 대비해서 밤마다 당직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는데, 참사가 있던 당일 류미진 총경이 당직 근무를 수행 중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사고 당시 당직 업무를 수행해야 할 장소에 있지 않고 윗층에 위치한 본인 사무실에서 있었다고 한다. 그녀는 사무실에서 당직 근무를 수행하는 게 관행이라고 한다. 내가 군대에 있었을 때, 군 당직 시스템 관행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대 단위에서는 당직 사령과 당직 사관이 지휘통제실에서 당직 근무를 수행하는데 당직 사령은 장교였고 당직 부관은 부사관이었다. 장교는 업무가 많기 때문에 당직 근무를 수행하는 중에도 자기 사무실로 가서 업무를 보다가 무슨 일이 있으면 부관에게 연락해달라고 하는 장교도 많았다. 장교와 부사관은 서로 조심해야 할 껄끄러운 관계다. 부사관도 상관과 같이 밤을 새기보다는 따로 따로 별도의 장소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편했을 것이다. 위 경찰청 당직 근무 시스템도 내가 위에서 언급한 이런 껄끄러운 관계 때문에 류미진 씨가 말한 관행이라는 게 생겨나지 않았을까.
만약 참사 당일에 그녀가 아닌 다른 사람이 당직 업무를 수행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아마 그렇지 않을 거 같다는 게 내 생각이다. 희생자의 규모는 줄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아마 변함없지 않았을 거 같다. 내가 만약 참사 유가족이었다면 류미진 총경과 이임재 용산경찰서장이 죽도록 미웠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과 경찰 지휘부와 대통령에게 모든 책임을 묻고 싶었을 것이다. 그들의 모든 분노와 침통함을 그들을 향해 분출하고 싶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런 마음이었다. 하지만 어제 류미진 총경의 모습이 조금 안타까웠다. '몰랐다. 죄송하다.' 같은 책임 회피성 발언을 (이임재 용산경찰서장과 류미진 총경)두 사람 모두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그녀의 우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동정을 했다. 사회는 그녀에게는 어느 정도의 책임을 물어야 할까. 어떠한 책임을 묻는다고 해도 유가족의 아픔은 치유되지 않을 것이다. 그냥 이 상황 자체가 너무 안타깝다. 앞장서서 책임을 지려는 공무원은 없는 거 같다. 이해한다. 그것인 인간의 본성이니까. 인간을 본능을 이기는 의지가 가능하기나 할까. 문화만이 인간의 행동을 통제하는 거 같다. 우리 사회의 공직 문화에 이런 사태가 발생하면 무조건 본인 책임이라는 문화가 없는 한, 아마 그들에게 그런 이상적인 모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제 3자인 나도 인간이라는 유기체 관점에서 본다면 결코 자유롭지 않다. 내가 류미진 씨 같은 상황이어도 지금은 죄송하고 책임진다고 말 하는 게 백번 타당할지라도 그 이후의 내 인생을 작살나고, 더불어 내 가족의 인생도 작살나는 그 상황에서 나는 도덕적이고 정의로운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나에게 그런 용기가 있기는 할까. 나는 이기적인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