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
이라는 단어를 우리는 평소에도 많이 사용한다. 나 같은 경우에는 한창 정치에 관심이 많을 때, 정치 섹터에서 이 단어를 많이 본 기억이 난다. 흔히들 정치를 프레임 싸움이라고 한다. 한 정치인 내지는 한 정당에 프레임이 씌워지면 국민들은 덧씌워진 프레임으로 해당 정치인이나 정당을 바라보기 마련이다. 한 번 덧씌워진 프레임을 빠져나오기란 쉽지 않다. 우리의 삶도 그러하다.
이 책의 저자는 프레임은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이라고 했다. 마음의 창은 특정한 방향으로 세상을 보도록 이끄는 조력자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보는 세상을 제한하는 검열관의 역할도 한다. 흔히들 뉴스에서 보는 프레임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테러리스트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을까? 아니, 테러리스트
라는 단어에 이미 프레임이 덧씌워진 건 아닌가?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안중근 씨는 테러리스트인가, 아니면 정의로운 일을 한 의인인가. 이것이 프레임이다. 어떤 프레임을 장착하느냐에 따라 의인일 수도 테러리스트일 수도 있다. 하나만 더 예를 들어보자. 평소에 길을 가다가 영세한 가게를 보면 현금으로 하면 할인해준다는 문구를 자주 볼 수 있다. 여기서 할인
이라는 표현은 어떤 프레임이 덧씌워져 있을까? 만약 그 가게에 들어가서 물건을 산다면 당신은 현금으로 계산할 것인가, 아니면 카드로 계산할 것인가? 현금으로 계산하면 '할인'해준다고 하니 뭔가 이득 본 느낌이 나지 않은가? 그렇다면 다음과 같이 표현을 수정한다면? '카드로 계산하면 1000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합니다.' 뭔가 기분나쁘지 않은가? 기존 물건 값에 추가로 값을 부과한다니. 뭔가 내가 손해보는 느낌이 난다. 손님에게 손해를 지우는 가게라니? 나 같으면 손해보는 느낌이 나서 이 가게에서 물건을 살 거 같지 않다. 이처럼 지혜로운 상인들은 우리에게 특정한 프레임으로 우리를 가둠으로써 소비자로 하여금 원하는 행동을 유도한다. 우리는 지혜로운 상인들의 프레임에 갇힌(?) 것이다.
이 책은 재미와 무서움을 동시에 주는 책이다. 책을 읽고 가장 먼저 내게 심겨진 아이디어(혹은 프레임)는 이 세상의 모든 게 프레임이라는 것이다. 내가 사물을 보는 시각, 부모님이 나를 보는 시각, 내가 타인에게 무심코 거는 말 한마디 등 세상 만사에 인간이 개입돼 있으면 거기에는 특정 프레임이 작용한다. 그렇다면 어떤 프레임을 나는 장착해야 할까? 이 지점에서 저자가 많은 사람들로부터 받는 질문이 있다. "그래서 어떤 프레임을 가져야 하나요?"는 아주 자연스러운 질문이지만, 이 질문에는 은연 중에 프레임을 자신과 분리된 대상이라는 가정이 숨어 있다. 하지만 프레임은 장착하거나 분리할 수 있는 그 무언가가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내 존재 자체만으로도 프레임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여태까지 살면서 나에게 발생하는 일들을 대부분 인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틀렸다. 프레임은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작용하고 있다.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도서관에서 나의 시끄러운 타자 소리가 타인에게는 하나의 프레임으로서 영향을 줄 수 있으니 말이다. 무서웠다. "나도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타인이 의도한 프레임대로 행동할 수 있다니. 이거 완전 빅브라더 아니야?" 하지만 나의 세계에 프레임이 개입하는 건 피할 수 없다. 저자는 프레임이야 말로 우리 마음에 깔린 기본 원리인 동시에 행복과 불행, 합리와 비합리, 성공과 실패, 사람들 사이에 상생과 갈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주장한다. 언어에 대한 프레임, 관계에 대한 프레임, 돈에 대한 프레임 등 올바른 프레임을 연마하고 받아들여서 본인의 행복한 삶을 꾸리라는 게 이 책이 주는 교훈이다.
흥미로운 실험
<상황 1> 현재 100만 원의 수입이 생겼다고 가정해보자. A: 추가로 50만 원을 확실히 더 받을 수 있다. B: 동전을 던져서 앞면이 나오면 100만 원을 더 받고, 뒷면이 나오면 한 푼도 못 받는다.
<상황 2> 현재 200만 원의 수입이 생겼다고 가정해보자. A: 무조건 50만 원을 내놓아야 한다. B: 동전을 던져서 앞면이 나오면 100만 원을 내놓고, 뒷면이 나오면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 <상황 1>과 <상황 2>는 완벽히 동일한 상황이다. '상태 프레임'에서 위 상황을 본다면 둘 다 똑같은 상황이지만 '변화 프레임'에서 바라본다면 <상황 1>은 돈이 늘어나는 변화가 발생하고 <상황 2>는 돈이 줄어드는 변화가 발생한다. <상황 1>은 이득의 관점, <상황 2>는 손실의 관점이다. 사람들은 이득 상황으로 문제가 프레임되면 모험을 감행하기보다는 안전하고 보수적인 대안을 선택하는 반면, 손실이 발생하는 상황이면 과감하게 모험을 감행한다. 상황을 어떻게 프레이밍(Framing)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행동을 바뀌는 좋은 예이다.
인상적인 문장
선택과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 반드시 던져봐야 할 질문은 "내가 내린 선택이나 결정이 절대적으로 최선의 것인가, 아니면 프레임 때문에 나도 모르게 선택되어진 것인가"이다. 어떤 프레임으로 제시되더라도 똑같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이 경제적 지혜의 핵심이다. 자신의 선택이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현상 유지적일 때, 소심한 '성격'을 탓하기보다는 그 선택이 어떻게 프레임되어 있는지부터 살펴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일단 사놓고 나중에 마음에 안 들면 반환하지'라는 생각으로 충동구매를 반복하는 사람도 자신의 '헤픈' 성격을 탓하기보다는 "손님, 일단 사 가셨다가 마음에 안 들면 언제든 가져오세요~"라고 속삭이는 판매자의 친절함 속에 숨겨져 있는 교묘한 프레임을 발견해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우리의 경제적 선택은 총성 없는 프레임 전쟁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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