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책을 읽는 행위는 '나 이만큼 읽은 사람이야' 라고 남한테 자랑하기 위한 트로피였다면 지금은 내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도구라고 생각한다. 얼마 남지 않은 백수 기간 최대한 내 관심사에 합치되는 책을 읽으려고 하지만, 내 관심을 끄는 주제는 역시나 돈이다. (너무 돈돈 거리면 속물 취급하는 문화가 대한민국에는 있지만 내게는 앞으로 내 인생을 행복하게 꾸려가는 데 가장 중요한 자원이 돈이므로 지금은 돈돈 거릴려고 한다) 이 책은 예전에 김봉진 씨가 쓴 책인 책 잘 읽는 법에서 소개된 적이 있어서 읽게 됐다.
책은 저자의 경험을 소설의 형식을 빌려 전개된다. 주인공은 막 결혼해서 슬하에 딸 하나를 둔 은행원이다. 그는 인생의 변화를 주고 싶은 욕망을 마음 속 한 켠에 품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는데, 창업 컨설턴트인 옛날 친구가 찾아와 주먹밥 음식점 창업을 제안한다. 친구의 유려한 말솜씨 덕분인지, 그의 구체적인 계획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주인공은 친구의 말을 듣고 자기 자본 5000만 원을 갖고 주먹밥집을 개업한다. 고용한 주방장이 개발한 주먹밥이 손님들에게 인기가 많아지자, 그는 친구와 처음 약속했던 자기 자본금과 이익금만 가지고 사업을 확장해나가자는 계획을 어기고,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사업을 확장했다. 이후 주먹밥의 인기가 시들해지자 그는 직원도 잃고 손님도 잃고 종국에는 사업에 실패했다. 패배감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폐인처럼 살아가는 그에게 어떤 노인이 찾아왔고, 그 노인은 그를 도발하며, 당신이 어떤 실수를 했는지, 돈이란 어떤 건지 등 부자의 그릇에 대해 알려준다.
노인은 밀크티를 사먹기에는 100원이 부족하다는 걸 아는 주인공에게 100원을 빌려주고 나중에 성공하면 120원으로 갚으라고 한다. 그랬더니 주인공은 나중에 성공하면 1000만 원 정도로 (농담으로 한 말일지도 모르지만) 돌려준다고 약속한다. 그 때 노인은 '그래서 망했던 거군'이라고 한 마디 한다. 노인은 주인공이 돈에 대한 개념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주장한다. 100원에서 120원이면 이자가 20%로 충분히 고금리이다. 이런 고금리가 붙은 이유는 노인은 주인공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이다(직원, 나이, 소득, 종교 등). 즉 여기서 20%의 이자율은 주인공에 대한 노인의 신뢰를 가시화한 것이다. 이 부분이 김봉진 씨가 이 책에서 크게 감명받은 부분(돈이란 신용을 가시화한 것이다
)이다. 그런데 사실 나는 김봉진 씨와는 다르게 이 부분이 크게 와닿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감명깊게 읽은 부분은 주인공이 사업을 시작하고 망해가는 과정이다. 그는 평범한 회사원인데도 불구하고(친구의 제안이 아무리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더라도), 도전을 했고, 비록 실패하기는 했지만 결과를 만들었다. 주인공의 추진력이 닮고 싶었다.
다른 사람 것이 아닌 자신의 제품을 만들어서 타인에게 팔고 돈을 받았을 때,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을 느꼈다.
내게 가장 큰 울림을 준 표현이다. 타인이 만들어 놓은 비즈니스 모델에서 일부가 아닌, 자신이 전체를 설계해서 타인에게 제품을 팔아본 경험은 실패했더라도 가치를 매길 수 없을 것이다. 그 점이 부러웠다. 나 역시 지금 취직해서 경제활동을 한창 할 나이에 부모님의 시간을 희생해 잠시 변두리로 도망쳐서 책을 읽고 있지만, 나만의 제품을 타인에게 돈을 받고 팔아보는 경험을 가지고 싶다. 그 경험 자체가 자본주의 세계에서 가장 비싼 경험이 될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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