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다음과 같은 경험 없으신가? 나는 모르는 게 있을 때마다 휴대폰으로 구글 검색을 자주 활용한다. 그래서 검색을 위해 구글 검색을 하는데, 카톡이 많이 와있다. 그래서 카카오톡으로 들어가서 내가 입장해 있는 채팅방에서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 훑어본 후에, 나에게 온 1:1 채팅에 답장을 해준다. 이후 마침 내가 관심 있는 주식이 5% 상승했다고 토스 앱에서 푸시 알림이 온다. 무슨 일인지 궁금한 나는 토스 앱으로 가서 해당 주가를 확인한다. 토스 앱에 들어간 김에 내가 산 주식과 관심 있는 주식이 현재 얼마인지 스크롤을 내리면 확인한다. 토스앱을 나온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나 뭐 할려고 핸드폰 켰지?' 나는 이런 경우가 적지 않다. 하루에 휴대폰을 10번 사용한다고 하면 4~5번은 위와 같은 레퍼토리다.
어느 자기계발 유튜버의 추천으로 처음에 읽게 됐지만, 공감되는 내용이 많았고,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를 내 생활에 적용함으로써 생활 패턴의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이 책을 피게 됐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위에서 서술한 경험이 나에게 한정된 경험인 줄 알았다. 하지만 저자를 비롯한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이 나와 같은 경험을 한다는 사실에 제법 놀랐다. 우리는 왜 집중을 못하는 사람이 되었나. 누가 우리의 몰입을 방해하는가. 이 책은 그 범인이 누군지 우리에게 알려준다. 읽어보시라.
결론부터 말하자면, 앞서 말했던 우리의 몰입을 방해하는 자식(?)은 휴대폰이다. 더 정확히는 모바일을 기반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들이다. 우리는 밥 먹을 때, 자기 전, 똥 쌀 때, 심지어 눈 앞에 다른 사람이 있어도 휴대폰을 수시로 확인한다. 왜 그럴까? 나 같은 경우에는 나에게 알아야만 하는 정보가 알림으로 오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휴대폰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여기서 알아야만 하는 정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내게 도파민을 제공하는 모든 유의 정보다.
도파민이란 무엇일까? 흔히 우리는 도파민을 기분 좋게 하는 물질 정도로 알고 있다. 예를 들어, 현재 내 눈 앞에 매우 비싼 샤인머스킷이 있다. 내가 취해야 할 행동은? 먹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왜 샤인머스킷에 끌리는가? 맛있기 때문이다. 나는 왜 맛있는 걸 먹고 싶어하지? 나에게 쾌락을 주기 때문이다. 쾌락의 구체적인 대상이 무엇이지? 도파민이다. 흔히들 우리는 도파민을 우리를 기분좋게 만들어주는 물질 정도로 알고 있다(잘못된 내용이 있으면 지적해주시길). 도파민은 우리를 기분 좋게 만든다. 하지만 도파민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게 아니라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 선택하게 만드는 것이다. 도파민은 바로 우리의 엔진이다. 배가 고플 때 누군가가 식탁에 음식을 차려놓으면, 그 음식을 보는 것만으로도 도파민 수치가 올라간다. 음식을 먹어서 도파민 수치가 증가하는 게 아니라 도파민은 음식을 먹고 싶게 만들고 "바로 여기에 집중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푸시 알림도 비슷한 매커니즘이다. 나에게 용건이 있는 다른 사람이 나에게 카카오톡을 보내면 휴대폰에서 푸시 알림이 울린다. 우리는 그 알림을 듣는 순간, 내 손은 곧바로 휴대폰으로 향한다. 왜일까? 나를 찾고 있으니까. 새로운 정보나 경험은 우리에게 쾌락을 선사한다. 왜? 원시시대나 수렵채집인 사람들은 새로운 걸 습득할수록 생존할 확률이 높았으니까. 가만히 있으면 도태되는 사회에 살아가는 사람의 뇌와 지금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뇌는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 그 당시에는 가만히 무언가에 몰두하다가 습격이라도 당하면 매우 치명적이기 때문에 주변을 살피고 항상 긴장해있는 게 중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무언가에 집중하는 게 최고의 미덕으로 평가받는다. 장기간 몰입은 굉장히 생산적인 결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인터넷, 컴퓨터, 아이폰 모두 우리의 몰입을 방해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발명품들은 특정한 이들의 몰입의 힘에서 탄생했다.
나의 몰입을 뺐을 수 있는 수단이 많아진 요즘,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게 이 세계를 살아가는 데 굉장히 중요한 정보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평소에 이런 생각을 해본 적 없는 나로서는 이런 아이디어를 알려준 이 책에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한다. 아마, 굉장히 평범한 내가, 이런 멋진 아이디어를 돈 18000원 정도 내고 얻는다는 점에서 이게 책이 줄 수 있는 최고의 효용이자, 효익 아닐까. 저자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자연은 인간에게 오래 유지되는 행복한 감정을 심어주는 데 큰 가치를 두지 않았다. 자연은 우리가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친구들과 어울리 때, 섹스를 할 때, 직장에서 승진할 때 일시적으로 행복감을 느끼도록 만들어놓았다. 이유는 우리가 계속 이 행복한 감정을 추구하도록 끊임없이 움직이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지금 당신은 여기까지 읽고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냥 시간을 확인하려고 그럴 수도 있겠지만, SNS 얘기가 나온 김에 혹시 누가 내 피드에 '좋아요'를 눌러주지 않았을까 살펴보려고 하지는 않았는가? 책을 읽으려고 할 때만 그러지는 않을 것이다. 어두컴컴한 영화관에서 휴대전화 액정을 살피는 반딧불도 있는가 하면 친구들과 커피를 마시거나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도 틈틈이 휴대전화를 확인하는 사람들도 있다. 당신이 눈 앞에 것에 예전만큼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건 당신만의 문제는 아니다.
SNS를 한참 살피고 난 뒤에 이유 모를 공허함이나 우울감을 느껴 본 적이 있는가? 책을 읽을 때, 넷플릭스로 영화를 볼 때, 심지어는 친구를 만날 때도 때때로 눈 앞의 대상에게 집중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
우리는 더 오래 살고, 더 건강하며, 클릭 한 번이면 전 세계의 오락물에 접속할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우울해 보인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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