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Log/2023

하기 싫다. 하기 싫어

깡칡힌 2023. 4. 2. 00:55

글 쓰기가 싫다. 나의 뇌가 모든 감각을 동원해 하지 말라고 하는 듯하다. 하지만 써야 한다. 오늘 내게 완료된 습관을 모두 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글 쓰기는 해야 한다. 나는 오늘 하루 짐승이었다. 하지만 글 쓰기를 함으로써 내일 하루를 살아갈 동기와 원동력을 얻는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이성을 다시 되찾기 위함이다.

 

## 변기

변기가 내려가는 게 너무 시원찮다. 그래서 미루고 미루고 미루다가 오늘은 고쳐봐야겠다고 다짐해야겠으나 해결하지 못했다.유튜브를 통해서 지식을 얻기는 하였으나, 그들이 알려준 해결방법이 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유튜브를 통해 변기에 대해 내가 모르는 정보를 알 수 있어서 매우 뜻깊은 시간이었다. 변기 내부 구조를 알고 싶었으나, 내가 직접 뜯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니, 그냥 어정쩡한 호기심으로 남겨두고 있었으나, 다행이 어떤 분이 실제로 변기를 분해하는 영상을 제공해준 덕분에, 변기 내부 구조에 대해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이런 사람이 세상을 바꾸고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꾸는 거 아닐까? 그가 무슨 동기로 그런 영상을 올렸는지는 완벽히 알 수 없으나, 결과적으로 나를 포함한 수많은 중생이 직접 변기를 뜯어보지 않고도 내부 구조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 이게 유튜브의 진짜 순기능이다. 우리는 그의 노동력을 레버리지 한 것이다.

 

## 돈과 자유

돈을 많이 벌고 싶다. 예전에는 그냥 허세 부리고, 자랑질하고 싶은 어리석은 마음이었다면(지금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지만), 지금은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돈을 갖고 싶다. 나는 자유롭지 못하다. 점심을 먹을 때나 저녁을 먹을 때 확실히 느낀다. 몸에 좋은 샐러드를 먹고 싶으나 가격이 비싸다. 풀때기밖에 없는데도 불구하고 버거킹 1.5배의 가격이다. 버거킹은 싸다. 그래서 나를 포함한 서민들은 버거킹을 먹는다. 돈이 없으니 더 자주 먹는다. 심지어 맛도 그리 나쁘지 않다. 아니, 맛있다! 하지만 가격이 저렴한 음식이 영양과 건강까지 줄 리는 없다(영양은 줄지도? 영양 관련해서는 완전 일자무식이라 모르겠다). 버거킹 같은 패스트푸드를 먹는 이들은 자신의 건강을 레버리지해서 배고픔을 해소하고 삶을 연명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더 살이 찌고 건강이 악화된다. 악순환이다.

 

돈은 사람을 인지적으로도 자유롭게 해준다. 인지적 자유는 시간을 아껴준다. 무슨 말이냐. 핸드폰 액정이 금이 심하게 갔다. 그래서 핸드폰을 바꾸려고 오늘 하루를 소비했다. 그냥 최신 폰을 바꾸면 되지 않냐고? 비싸다. 매우. 내가 지불하기에는 비싸단 말이다. 그래서 하루 종일 당근마켓, 번개장터 같은 중고 사이트 가서 핸드폰을 탐색했다. '어느 게 더 쌀까?' '1만 원이라도 더 싼 건 없을까.' '이건 너무 싼데, 상태가 안 좋으면 어쩌지' 같은 고민을 해소하기 위해 발품을 팔았다. 하지만 내가 발품을 판다고 해서 세부적인 정보를 완벽히 얻을 수 없다. 판매자는 모든 정보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예 새 제품을 산다면 이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겠으나. 그만큼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이 경우에는 시간과 돈을 교환한 경우이다). 결국 알아보고 알아본 끝에 기존 핸드폰의 액정을 교환하기로 했다. 오늘 하루를 소비해 알아본 결과치고는 다소 김 빠지는 결론이다. 나는 지금의 결정을 하기까지 그 기반 정보들을 수집하기 위해 시간을 쓴 것이다. 돈이 있다면 그냥 바로 고치러 가거나, 새로운 제품을 샀을 텐데 말이다. 

 

돈이 없는 사람은 자유롭지 못하다. 그리고 어떨 경우에는 그렇게 발품을 팔아서 가성비가 좋은 선택을 했다는 걸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자랑스러워 해도 되는 걸까? 되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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