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하고 싶은 건 뭘까. 나도 그렇지만 우리 엄마도 참 불쌍한 사람 같다. 아빠와 누나 같은 경우에는 적어도 하고 싶은 게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 두 명은 본인의 호불호가 명확히 있는 거 같고, 본인이 좋아하는 거(예를 들어 노는 거) 한해서는 매우 열정적이다. 하지만 엄마는 좋아하는 게 없어보인다. 아직 발견 못한 걸 수도 있겠으나, 여태껏 엄마와 25년 이상 같이 살았지만, 그녀가 좋아하는 게 뭔지 잘 모르겠다. 식물 키우기? 집 꾸미기? 옷 만들기? 이런 활동을 하는 걸 심심찮게 보았으나, 아빠와 그의 딸과 같은 수준의 열정을 느끼는 거 같지는 않았다. 안타깝다. 나도 그렇고 엄마도 그렇고 불쌍한 삶이다. 좋아하는 게 없는 사람은 어쩔 때 보면 죽어 있는 삶 같다. 나의 이런 성향은 엄마를 닮은 걸까? 엄마와 나의 성향은 아빠나 누나의 그것보다 열등한 걸까?
아니면 나는 지금 미디어나 세상을 주도하는 지배적인 이념에 세뇌된 것일 수도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걸 해!" "본인은 무엇을 할 때 행복하죠? 그걸 찾으세요. 그리고 그걸 하세요!' 우리는 이런 유의 표현들을 미디어에서 심심찮게 많이 들을 수 있다. 미디어는 우리의 심연에 어떤 생각을 하나 심어준다. 좋아하는 게 없는 사람은 열등한 사람인 양. 모든 직장인은 노예인 양. 열정적이지 않은 사람은 불쌍한 것처럼 말이다. 좋아하는 게 없이, 그냥 살다가 가면 안 되는 것인가? 우리는 이 세계에 온 것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축북받고 행운을 타고난 존재들 아닌가? 아! 이것 자체도 열등한 삶을 사는 이들이 자신들을 삶을 자위하기 위해 만든 이념인 걸까? 어이쿠, 어디에서 놀아야 할지 장단 맞추기 참 힘들다.
엄마의 머릿속을 한 번 들어가보고 싶다. 어떤 사고 구조를 가졌는지. 어떤 일을 할 때 행복감을 느끼는지. 그녀도 나처럼 티는 안 내지만 돈에 대한 욕심이 많은 건지도 궁금하다(나는 돈에 대한 욕심을 노골적으로 들어내는 건 아주 세속적이고 비천한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속으로는 돈에 대한 욕망이 아주 강하다. 한 마디로 매우 위선적인 사람이다). 만약 나와 사고 구조가 비슷하다면 나의 미래의 삶의 구조는 엄마의 과거와 유사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그것만은 싫다. 나도 아빠나 누나처럼 좋아하는 걸 발견하고 그 일을 할 때에 한해서는 열정을 다해,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느끼고 싶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게 좋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삶이 좋다고 세뇌 받았기 때문에 나 역시 이런 유의 삶을 추구하는 것일지 모른다. 엄마는 좋아하는 것을 찾을 필요가 있다. 그래야 나의 미래도 바뀔 거 같으니까.
p.s. 이제 엄마에게는 내가 감명 깊었던 유튜브 강의를 보여주면 안 되겠다. 그녀의 사고는 이제 노후했으며,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걸 거부한다. 즉, 사고 방식이 과거에 머무를 가능성이 있다. 혹여나 바뀐다 하더라도 옛날처럼 신기술을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이다. 엄마 세대에게 앞으로의 시대는 폭력일지도 모르겠다. 모든 게 너무나 빨리 변화하기 때문에. 그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이쿠, 이런 내 앞가림도 아직 못하는 주제에 너무 건방지게 행동한 게 아닌지 모르겠다. 이놈아, 일단 네놈 앞가림부터 하고 걱정하자. 아직 넌 걱정할 입장이 아니라, 걱정을 받을 입장이다. 하이고야 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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