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니는 스터디 카페에는 엘리베이터가 3개가 운행 중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하나의 엘리베이터를 누르면 3개의 엘리베이터 중 누른 층에서 가장 가까운 엘리베이터가 오는 시스템이 아니다. 사람들이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한 행동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다. 처음에는 본인의 위치로부터 가장 가까운 층에 있는 엘리베이터 버튼를 누르지만, 해당 엘리베이터의 오는 속도가 느리면, 다른 2개의 엘리베이터 버튼을 모두 누른다. 하지만 다른 두 개의 엘리베이터의 속도 역시 처음 엘리베이터의 속도와 다르지 않기 때문에 엘리베이터가 현저히 빨리 도착하지는 않는다. 결과적으로 세 개의 엘리
베이터는 약간의 시간 차를 두고 해당 층에 도착한다. 만약 엘리베이터가 특정 층에 걸리지 않는다면 그 시간 차 역시 그리 크지 않다.
내가 약 1년 동안 스터디 카페를 다니면서 지켜본 결과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와 같이 행동한다(나를 포함해). 특히 주말 같은 경우에는 해당 건물을 방문하는 인원이 많기 때문에 그만큼 많은 층에서 사람들이 내리거나 탄다. 많은 사람이 많은 층에 내리거나 타는 만큼 한 개의 엘리베이터의 운행 시간이 길어진다. 내가 다니는 스터디 카페 건물에는 총 9개 층이 있는데 피크 타임에는 거의 한 층마다 엘리베이터가 정지한다. 그래서 주말에 엘리베이터를 탈 때는 신중해야 했다.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탄다고 해보자. 약 13명의 사람이 대기 중이고, 위의 행동 프로세스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이미 어떤 사람이 3개의 엘리베이터 버튼을 모두 누른 상태다. 조금 기다린 후에, 첫 번째 엘리베이터가 도착한다. 13명의 사람은 해당 엘리베이터로 모두 돌진한다. 하지만 한 번 생각을 해봤다. '조금만 기다리면 나는 아무도 타지 않은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13명을 태운 엘리베이터를 보낸 후, 약 10초 후에, 두 번째 엘리베이터가 도착한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기다리는 사이 4명의 사람이 추가로 온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다시 두 번째 엘리베이터를 보냈다. 그리고 약 5초 후에 마지막 세 번a째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내 주변에는 사람이 없다. 나는 그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 목적지인 9층까지 올라갔다. 그리고 앞서 보낸 엘리베이터 위치를 확인해봤다. 첫 번째는 4층에서 올라오는 중이었고, 두 번째 엘리베이터는 5층이었다. 아마 두 번째 엘리베이터는 첫 번째 엘리베이터보다 사람이 적어, 확률적으로 더 적은 층만 방문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첫 번째 엘리베이터보다 위에 있을 것이다(두 개의 엘리베이터 모두 해당 층에서 운행이 중지한 게 아닌, 계속 올라오는 중이었다. 첫 번째 엘리베이터는 8층까지, 두 번째 엘리베이터는 9층까지 올라왔다)
사람이 적은 엘리베이터를 타야 가장 빠르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위 사례는 상대적으로 위층에 방문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할 때만 성립하는 가정이다. 나 같은 경우는 꼭대기 층인 9층에 방문할 목적이어서 가장 사람이 적은 엘리베이터를 탔기 때문에 목적지에 빨리 도착할 수 있었지만, 2층을 방문하는 것이라면 그냥 제일 빨리 온 엘리베이터를 타는 게 이득이다.
나는 위의 사례에서 기분 좋은 경험을 하나 얻었다.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조금만 뒤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면 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을. 내가 지금까지 가장 먼저 온 엘리베이터를 탄 이유는 내 옆 사람도 그렇게 하니까, 부리나케 해당 엘리베이터로 돌진하는 그 행동이 나에게 하나의 프레임으로 작동해, 나로 하여금 동일한 행동을 하게 했기 때문이었으리라. "아이고, 이런 일상 생활에서도 그렇게 복잡하게 살아야 되냐? 그냥 제일 빨리 오는 거 타고 그 안에서 핸드폰 하면서 기다리면 되지!" 맞다. 그래도 된다. 나는 단순히 특별한 사람이 된 듯한 우월감을 느끼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무슨 대단한 인사이트를 얻은 양. 그래도 책에서 배운 행동(프레임)을 나의 모습을 통해 관찰하니 괜스레 기분은 좋았다.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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