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Log/2023

다양한 사람들

깡칡힌 2023. 4. 11. 00:55

수원역에서 집에 오는 길. 길거리에서 어떤 여성이 내게 다짜고짜 말을 건다. 무슨 말로 시작했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자신을 수도인이라고 표현했다. 그냥 가끔씩 길거리에서 마주칠 수 있는 종교인이겠거니 하고 무시할라 했는데, 문득 궁금했다. '이 사람은, 왜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나와 대화를 하는 데 사용하는 걸까?' 그래서 그녀에게 물어봤다. 당신은 왜 이 시간에 이곳에서 당신과 아무 관련도 없는 사람들에게 말을 거는 거냐고. 그녀가 말하길, 내 인생이 잘 풀릴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단다. 사람마다 풍기는 기운이 있기 때문에 자기도 아무한테나 말 안 건단다. 하지만 내게 말을 건 이유는 내가 뭔가 다르다 해서 말을 걸었다고 그녀가 말했다. 아마 다른 사람한테도 똑같은 레퍼토리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접어두고 그녀가 무슨 소리하는지 들어보기나 하자라는 생각으로 나는 내 머릿속의 호기심을 해소하기 위해 온갖 질문을 다 던졌다. "이 일이 당신이 업으로 삼는 일이냐" "이 일이 업이며 생계유지는 어떻게 하냐" "수도인이라고 했는데 이것도 하나의 종교 비슷한 거냐" "이렇게 대화를 하는, 즉 당신으로 하여금 이 행동을 하게 하는 내적 동인이 무엇이냐" 등 무수히 많은 질문을 던졌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매우 추상적이었다. 그 답변이 내 기준에서는 너무나 추상적일뿐더러 이해도 안 되고 받아들일 수도 없어서 여기에 적을 수가 없다. 아니, 이해가 돼야 글로써 표현할 거 아니겠는가. 기억나는 답변으로는 정성을 해라? 행을 해라? 순 이해할 수 없는 말뿐이었다. 그게 무슨 말이냐라고 내가 묻자. 자신과 함께 정성을 할 생각이 있냐라고 했던가? 아, 너무 이해 안 되는 정보들이 짧은 시간 동안 내 머릿속에 들어왔기에 내 기억이 많이 왜곡됐다. 하하. 혼란스럽구먼.

 

호기심을 해소하고 싶었지만 어느 것 하나 해소된 게 없었다. 아니, 오히려 더 궁금한 게 많아졌다. 이 사람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어떤 사상을 갖고 있는지. 평소에 중요시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나는 그녀가 주장하는 이론(?)보다 그녀의 사상 체계에 더 관심이 갔다. 왜냐하면 평소에 내가 만날 수 없는 사람의 유형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참 넓다. 내가 내면화하고 있는 사상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사상들을 설파하는 이가 세상에는 참 많다는 걸 경험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생각도 들었다. '확률적으로 이런 유의 사람, 즉 나와 사고 체계가 너무나 다른 이들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이 세계에는 많겠지?' 내가 만날 수 있고, 접근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이렇게 한 명이 걸렸다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내가 받아들일 수 없는 그리고 생각해 본 적 없는 이론이나 사상을 전파하는 이들을 꽤 많을 것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그들과 대화를 거부하고 싶지 않다. 아니, 오히려 내 시간만 된다면 그들의 얘기를 들어보고 싶다. 그들이 왜 이런 유의 이론이나 사상을 갖게 된 것인지, 그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나의 내면세계에서는 그들의 얘기가 너무 거북하다. 말로는 열려있다고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바가 너무 조악해 그들의 내면세계를 추측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실제로 그녀와 대화를 약 30분 간 나눴는데 한 20분이 지나니 슬슬 고통스럽기 시작했다. 대화를 그만두고 싶었다. 

 

자, 결론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정말 많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까지도. 하지만 나는 그들의 생각이 궁금하다. 알고 싶다. 그러나 내가 현재 가진 생각이나 지식만으로 그들을 온전히 이해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더 공부하고 배우자. 그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