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루 시간 중 가장 많이 차지하는 일은 책읽기다. 책읽기는 나에게 하나의 전투다. 그렇지 않았다면 좋았겠지만 나는 문자를 읽고 이해하는 능력, 즉 문해력이 떨어지는 사람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쓴 텍스트를 장시간 읽는다는 건 내게는 꽤나 고역이다. 그럼에도 왜 하냐고? 내 인생을 바꾸고 싶어서다. 소위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책을 읽었다고 하기에. 그리고 나는 현재 주변에 나를 가르쳐주고 피드백을 줄 사람이 없다. 그리고 그런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내게 시간을 내줄 만큼의 가치를 내가 줄 자신도 없다. 그래서 그들이 쓴 책을 읽는 것이다. 그들의 마인드나 그들의 삶의 태도를 모방하기 위해서.
하지만 요즘 들어 의문이다. 내가 하는 책읽기는 정말 생산적인 것일까? 단순히 책 읽은 목록의 수를 늘려가기 위한 자위의 일종 아닌가? 시간을 낭비했다는 기분이 드는 건 오히려 괜찮다. 낭비했다는 그 감정이 나에게 경각심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로 위험한 것은 열심히 살았다는 혹은 피드백 없이 열심히 살고 있다는 착각이다. 나는 그런 착각 속에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세상에 도전하는 게 두려워 책을 읽는다는 아주 좋은 명분으로 인테리어한 나만의 세계에서 살고 있는 건 아니냐는 말이다. 선뜻 그렇지 않다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고민하는 시간이 너무 길다는 피드백을 주변에서 받고 있다. 그 말인즉슨 일단 뭐라도 해보라는 뜻이리라. 하지만 나는 그게 두려워, 그들이 틀렸다고, 알지도 못하면서 떠들고 있다거나, 책에서 어줍짢게 읽은 권위자의 말을 오용해 그들의 논리를 방어하고 있다. 뭐라도 해라. 그들의 말은 확률적으로 나에게 오른 길을 제시해줬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여기서 다시 고민이다. 아무거나라고 한다면 뭐를 해야하나? 그 아무거나가 뭔데? 그것까지 그들에게 정해달라는 것은 아니다만, 그 아무거나를 결정하는 것 역시 내게는 쉽지 않다. 나는 아마도 운명적으로 내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으리라는 로맨스를 머릿속에서 그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도전해라. 그리고 쟁취해라.
타인이 너에게 피드백을 줬을 때 불연듯 부정적인 감정이 인다면 높은 확률로 그것은 클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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