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이 참으로 읽고 싶게 잘 지었다. 특히 염세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거부하기 힘든 책이었다. 책의 저자 손수호 변호사는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잠깐 얘기하는 걸 들어봤는데, 첫인상은 꽤나 까칠해 보였다. 그리고 세상을 꽤나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 같았다. 그래서 더 애착이 갔다. 나 역시 세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이기에.
그는 변호사다. 그리고 이 책은 변호사로서 그가 겪은 에피소드로 엮여 있다. 이 책을 읽으면 알 수 있다. 그가 왜 사람이 싫어졌는지. 세상이 얼마나 잔혹한지. 그리고 세상에 정의는 없음을. 나는 만날 사람이 많지 않기에 굉장히 제한된 세계에 살고 있다. 이 세계는 매우 거대하지만 그럼에도 이 세계를 움직이는 건 아직까지는 호모 사피엔스, 즉 사람이기에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는 건 다양한 세계를 경험하는 걸 의미한다. 그리고 변호사는 그 특성상, 많은 사람을 만날 수밖에 없고 덕분에 그는 꽤나 큰 세계관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물론 세계관이 확장됐다고 해서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알 필요가 없고 알고 싶지도 않은 이 세계의 슬프고도 잔혹한 이면을 그는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너무 목격하고 경험했다. 그래서 그는 주장한다. 사람이 싫다고.
변호사는 꽤나 좋은 직업군에 속한다. 아마 이를 부정하는 이는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그 당사자인 변호사들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무한 경쟁 시대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던 변호사 역시 경쟁이 꽤나 치열하다. 그래서 바야흐로 변호사 역시 그 수가 3만이 넘는다. 그리고 어느 업계가 그렇듯 제대로 밥 벌어먹고 사는 변호사는 먹이사슬 상층부에 속한 이들뿐이다. 먹고살기 힘든 건 그들도 매한가지다. 그래서 그들은 철저하게 변호사다움을 갖춰야 한다. 그래야 먹고살 수 있다.
변호사는 법 기술자라고 표현하는 게 더 적절할 듯하다. 그들은 의뢰인을 대신해서 싸우는 용병에 불과하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의 가치관이나 도덕을 개입시켜서는 안 되고 오히려 한 발 떨어져서 객관적인 시각에서 사건을 다뤄야 한다. 그래서 의뢰인들에게 과도한 공감은 금물이다. 공감이란 한 사람을 이해한다는 내면의 암묵적 동의지만 그것이 반드시 의뢰인에게 좋다고 볼 수는 없다. 아니, 순간은 이해받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소송에서는 질 수 있다. 논리성을 담보한 변론이 아닌 감정에 호소하는 변호사는 변호사 세계에서 살아남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세상을 염세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걸까.
나를 포함해 대부분의 시민들은 경찰서 출입구에 가본 적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항상 우리가 모르는 세계가 있다. 이 책은 내가 몰랐던 세계를 알려주는 아주 고마운 책이다. 저자가 변호사이기 때문에 글도 굉장히 맛깔나게 잘 쓴다. 잘 읽힌다. 흔히들 변호사는 말로써 법관을 설득하는 직업으로 알고 있는데, 말보다는 서면, 즉 변호사는 글을 잘 써야 한다. 그것도 논리 정연하게 법적 기술 용어를 사용해서 말이다. 이 책을 읽어보시길 바란다. 세상의 잔혹함, 어디에도 없는 정의. 세상 아무도 관심 가져주지 않는 피해 당사자 등 세상이 꽤나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걸 알 수 있다. 아니, '이상하다'라는 말도 내 가치가 개입된 판단이다. 세상은 그냥 있다. 거기에 우리 인류, 호모 사피엔스가 던져졌을 뿐. 그리고 이상한 호모 사피엔스들이 더 많아졌을 뿐이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더 염세적인 사람이 됐다. 세계는 잔혹하다. 그러나 살아있음에 감사한다. 살아있다는 그 사실 자체만으로 가치 있는 삶이니까. 그럼에도 나 역시 사람이 싫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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