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2
나는 한 사람이 내가 생각하기에 뛰어난 역량이나 스펙을 가졌을 때, 무의식적으로 그 사람의 나이를 보고는 한다. 그 이유는 나보다 나이가 많을 경우, '그래 나보다 나이가 많으니까, 상대적으로 시간을 들여서 더 많은 성취를 이룰 수 있었겠지' 라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이 경우 내 자아가 상대적으로 다치지 않는 데 비해, 나보다 나이가 어린 데도 불구하고 내가 생각하기에 대단한 성취를 이룬 사람을 본다면 내 자아는 심각하게 훼손된다. 이건 유전자의 오작동이 분명하지만 이 행위를 멈추는 게 쉽지 않다. 나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대한민국에서 자란 이상 나는 상대방보다 우월해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다친 내 자아를 보호하기 위해 자기 합리화를 할 수밖에 없다. 꼴불견이지만 현재의 내 모습이다. 대단한 사람이 너무 많다. 어떻게 그런 성취를 할 수 있고, 하나의 일에 꾸준히 몰입할 수 있을까. 대단하고 부럽다.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만 25년 간 내 모습을 조망하면 조금 힘들 수도 있다는 게 개인적 평가이다. 세상의 중심은 내가 아니므로.
23:44
우연히 100분 토론에서 BTS 병역 특례에 대해 토론을 하길래, 이 주제에 대해서 생각을 해봤다. 일단 나는 BTS에게 병역 특례를 줘도 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당위적으로 반드시 줘야 한다는 아니고, 여론이 그렇게 수렴한다면 특혜를 줘도 무방하다는 생각이다. 반대하는 측에서 내세우는 논리는 왜 대중 예술이만 차별하냐, 여론 조사로 그런 의사 결정을 한다면 부정 평가가 60%가 넘는 대통령도 퇴진해야 하는 거 아니냐 등, 상당히 일리가 있다. 반박하기 쉽지 않다. 솔직히 개인적인 마음으로는 나도 군대에 갔다왔기(공교롭게도 내일 예비군 훈련에 간다) 때문에 특정인이 특혜 받는 게 달갑지도 않고, 내 마음 역시 편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TS가 달성한 업적 때문에 한국의 국격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고, 해외에 나간 한국인도 알게 모르게 혜택을 입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만인이 평등한 사회라면 모르겠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살고 있는 세계는 다름을 근본적인 가치로 내세우는 사회이다. 다르다는 건, 어떻게 보면 불평등이라고 할 수 있고, 일부에서는 차별도 발생할 것이다. 슬프지만 이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요즘 시대의 화두가 공정인데, 사회 지도자가 공정을 내세우는 이유는 이 세계가 붕괴하면 안 되기 때문에, 사회의 붕괴를 막기 위한, 일종의 건강 보험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건강 보험은 생존율을 높여주지만, 그것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다. 즉, 내가 하고 싶은 말은 BTS는 다름을 인정하는 세계에서 특혜를 받을 만한 성과를 달성했고, 사회에서는 그 성과에 대한 혜택을 줄 만하다는 것이다. 그게 이 세계가 지금까지 존속하면서 내세운 논리와 일맥상통하다. 개인적인 생각이다.
'LifeLog > 2022'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2.09.24 Sat. (0) | 2022.09.24 |
---|---|
2022.09.14 Fri (0) | 2022.09.24 |
2022.09.22 Thu. (0) | 2022.09.22 |
2022.09.21 Wed (0) | 2022.09.21 |
2022.09.18 Sun. (0) | 2022.09.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