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회 경험이 거의 없다. 있다고 해도 고작 고등학교 때 4개월의 프랜차이즈 아르바이트 경험과 2022년 3월부터 약 4개월 간의 학교 연계 인턴 경험이 고작이다. 지금 조금 후회되는 바가 있다면 대학교 때 사회 경험을 해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사회 경험이라고 하면 아르바이트 같은 일들을 의미한다. 나는 대학생 때는 아르바이트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고등학생 때 워낙 공부를 안 했기 때문에 지식을 갈망했고, 지식을 쌓는 일이 나에게 할 수 있는 최대의 투자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정작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하지도 않은 게 옥에 티다. 나는 합리화의 신이다) 심지어 아르바이트를 하는 아이들을 속으로 폄하하기까지 했다. '돈이 많이 급한가?' 그렇다. 나는 그들에게 선민의식 비스름한 것을 느끼고 있었다. (나에게 이런 면이 있었다는 걸 인정하기 싫지만) 마치 조선시대 양반 계급이 하층민을 대상으로 으레 가르쳐야 하고 계몽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듯 나 역시 아르바이트하는 이들에게 그런 유의 인식을 갖고 있었다. "아르바이트하지 말고 공부해! 그게 돈 버는 일이야!" 나는 어른들이 내게 한 얘기가 진실인 양 내면화해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가르침인 양 받들고 살고 있었다. 참 웃긴 일이다. 참, 비참한 인식이지 않은가? 나는 이런 인식을 갖고 있는 내가 불쌍하다. 지금은 오히려 대학생 때 뭐든지 경험해 보려는 아이들을 진심으로 존경한다. 그들은 나보다 어른이었고,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한 명의 성인이다. 오히려 나는 생물학적으로는 어른이지만 내적으로는 아이에 가까웠다. 지금도 그럴지도 모르겠다. 인간은 딱 자기가 아는 범위에서밖에 사고하지 못한다. 다른 사람이 그렇고 내가 그렇다.
뭐, 사실 이런 얘기를 하려고 한 건 아니고, 내가 사회에 나가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주저하고 있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 봤다. 첫 번째는 즐거워하는 거, 즉 하고 싶은 일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내 나이 또래의 아이들이 자기가 진심으로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찾은 이가 몇이나 되겠는가? (아닐 수도 있다. 내 인식의 한계다) 대부분 사회의 압박 내지는 먹고살기 위해서 일을 하는 것이지. 두 번째로 부족한 사회 경험이 아닐까. 왜 대학생 때 사회 경험을 해보지 않았을까? 왜 좀 더 어릴 때 아르바이트를 해보지 않았을까? 후회해 봤자 소용없다는 걸 알지만, 그럼에도 자꾸 후회의 감정이 올라오는 건 어쩔 수 없다. (지금이라도 쿠팡 아르바이트라도 해볼까? '라도'에 기분 나빠하지 마시길. 생각나는 게 쿠팡 아르바이트밖에 없다) 과연 대학생 때 사회 경험을 해봤으면 나는 조금 더 과감해졌을까? 도전할 때마다 내면에서 올라오는 이 두려운 마음이 조금은 덜했을까? 알고 있다. 후회해 봤자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바꿀 수 있는 것 현재뿐이라는 걸. 단지, 내 감정을 적어보고 싶었을 뿐이다.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평범하게 살고 싶지 않지만, 평범하게 사는 게 무엇보다 힘들다는 걸 깨닫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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