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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과학 (The Science of Fate, Hannah Critchlow)

이 책은 솔직히 어렵다(내게는). 300페이지 정도밖에 안 돼서 하루 만에 뚝딱! 읽어보려고 했으나, 생각보다 안 읽혀 이틀 좀 더 걸린 거 같다. 더군다나 책을 읽었으면 우선 완독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후반부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텍스트만 읽어 내린 느낌이 강하다. 아마도 이 책은 나중에 다시 한번 읽어야 할 듯하다. 이 책은 책 중간 중간에 크고 작은 좋은 질문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저자가 던지는 가장 큰 줄기의 질문은 다음과 책 제목에 제시되어 있다. 운명의 과학. 즉, 우리의 운명은 생물학적으로 이미 결정돼 있는 걸까, 아니면 노력이나 기타 여건에 의해서 바뀔 수 있는 걸까? 나는 예전부터 "야! 너도 노력하면 할 수 있어"라는 말이 너무 싫었다. 이 말의 의도는 자기가 노력해서 성공했으니(..

Book 2023.04.27

신뢰와 뒷담화의 관계

네 번째는 요소는 입이 무거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누군가한테 무언가 이야기를 했을 때, 그 사람이 함부로 말을 옮기지 않을 거라는 안심이 있어야만 신뢰할 수 있죠. 그런데 입이 무거운 사람이라는 인정을 받으려면 서로의 이야기를 지켜주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도 함부로 옮기면 안 되지요. 사람들은 보통 이걸 쉽게 간과하거든요. 만일 어떤 친구가 나한테 와서 “얘, 세상에 캐롤라인 이야기 들었어? 걔네 지금 이혼하려나 봐. 남편이 바람을 폈대.”라고 한다면, 그 친구는 자신이 말할 자격이 없는 이야기를 함부로 말하고 다니는 거죠. 그러면 그 친구에 대한 신뢰가 사라지는 겁니다. 나에 대한 이야기도 남들한테 그렇게 가십거리처럼 하고 다닐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될 테니까요. 그래..

LifeLog/2023 2023.04.27

무례한 돼지(?) 교수에게 간디가 한 말

어느 책 리뷰 유튜브에서 간디와 관련된 인상적인 일화가 있어서 소개한다. 간디가 영국에서 대학을 다니던 시절, 자신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는 이 젊은 학생을 아니꼽게 여기던 피터스라는 교수가 있었다. 하루는 간디가 대학 식당에서 점심먹는 피터스 교수 옆으로 다가가 앉았다. 피터스 교수는 거드름을 피우며 그에게 얘기했다.피터스 교수: 간디씨, 아직 잘 모르는 모양인데… 돼지와 새가 함께 앉아서 식사를 하는 경우는 없답니다.간디: 아, 걱정 마세요 교수님. 제가 얼른 날아가겠습니다.복수심에 불탄 교수는 다음번 시험에서 간디를 골탕먹이려 했으나, 간디는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 피터스 교수는 분을 삭이며 간디에게 다음과 같이 질문했다.피터스 교수: 간디씨가 길을 걷다가 두 개의 자루를 발견했어요. 한 자루..

Doodle 2023.04.27

비만은 개인의 노력으로 고칠 수 있는 걸까? (Feat. The Science of Fate)

10월에 유럽 여행을 갔다 오고 나서 내 몸무게는 82kg이었다. 내 키가 174(반올림 ㅋㅋ)인 것을 고려하면 비만이 틀림없다. 나는 체중 감량에 나름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내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근거가 있었냐고? 근자감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 있는가? 체중이 이렇게 불어나는 게 두려웠던 나는 체중 감량을 하기로 결심했다. 근자감은 취소하겠다. 사실 살을 뺄 수 있다는 근거가 미약하지만 하나 있었다. 예전에 중학생 때 며칠 굶었더니 체중 감량에 성공했던 게 그 이유다. (사실 더 먹었어야 했는데, 진화압이 작용했다) 그 나이 때는 기초대사량이 성인보다 뛰어날뿐더러 활동량도 많기 때문에 빠르게 살이 빠질 수밖에 없다. 나는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랑 같다고 착각한 것이다. ..

LifeLog/2023 2023.04.26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Bill Sullivan, PLEASED TO MEET ME)

황홀하다. 그리고 생명의 역사 앞에서 한없이 겸손해진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든 느낌이다. 책을 읽고 이런 기분이 들었던 적이 있었던가? 나를 나답게 하는 것들. 이 책의 제목이다. 제법 잘 지은 제목 같다. 이 책을 읽으면 '나'라는 존재가 어떻게 구성되고 있고 어떤 메커니즘으로 구동되는지 조금이나마 그 작동 방식을 엿볼 수 있다. 나는 추진력이 좋고 도전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욕망해왔다. 어떤 선택을 할 때 고민하고 도망칠 핑계를 찾는 나와 달리 그들은 너무나 쉽게 도전하는 것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성향은 자본주의 세계에서 승자와 패자를 가를 만큼 중요한 특질이 된 걸지도 모른다. 도전하지 않으면 언제나 같은 상태이니 말이다. 그래서 궁금했다. '똑같은 종에 속하는데 왜 저 사람은 ..

Book 2023.04.25

스스로 업을 규정할 수 있는 인간이란

어떤 이는 (업을 기준으로) 세상에는 2가지형 인간이 있다고 한다. 창업형 인간과 직장인형 인간이 바로 그것이다. 나는 창업형 인간일까, 아니면 직장인형 인간일까? 아마 직장인형 인간에 가까울 것이다. 그렇다면 직장인형 인간인 열등하고 창업형 인간은 우월한 걸까? 사람에 따라서는 그럴지도 모르겠다. 창업에 성공한 어떤 이들은 목에 힘이 들어간 상태로 대중에게 "창업하세요! 저처럼 여러분들도 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파하니 말이다. 나는 어떻냐고? 창업형 인간을 열망하는 것은 맞지만, 내 현재 인간상은 직장인형이기 때문에 내가 속할 집단이 열등하다고 말은 못 하겠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내심 그렇게 생각하는 걸지도 모른다. 스스로의 상태가 열등하다고 생각하니 더 나아 보이는 인간상을 욕망하는 것 아니겠는가..

LifeLog/2023 2023.04.25

우월함과 열등함

나의 엄마는 스스로를 수동적인 사람이라 칭한다. 그녀는 가끔씩 나에 말한다. 도전하는 사람이 부럽다고. 무엇이든 주도적으로 하는 이들이 부럽다고. 그리고 우리 가족 같은 경우는 나의 누나와 아빠가 엄마가 욕망하는 인간상(그들은 주도적인 성향을 가졌다)에 가깝다. 나의 엄마는 주도적인 인간을 욕망하고 그들을 모방하려고 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엄마가 모방하는 특성(여기서는 주도적인 인간이라고 할 수 있겠다)은 우월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나와 엄마가 가진 수동적인 특성은 열등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녀는 자신이 주도적이고 도전적으로 사는 이들을 욕망한다고 해서 수동적으로 사는 인간을 열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글쎄. 나는 솔직히 이 주장은 모순이라고 생각한다. 우월함과 열등함이란 단어가 부담스..

LifeLog/2023 2023.04.25

깨시민이란 자부심

나는 스스로를 나름 깨어있는 시민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시쳇말로 깨시민이라고 한다지?). 특히 분리수거할 때 그런 느낌을 많이 받는데 그 이유는 분리수거를 잘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인터넷에 검색도 해보고, 이물질이 묻어있으면 세척하고, 끝끝내 이물질이 제거되지 않으면 일반 쓰레기로 배출하는 나. 이 정도면 분리수거를 잘하는 모범시민 아닌가? 그렇지 않다. 이 역시 개인적 자위일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겠지만 나 역시 분리수거를 하면서 어디에 배출할지 애매한 순간이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지레짐작으로 버리곤 한다. 나의 직감을 믿는다. 왜냐고? 나는 분리수거 모범 시민이니까. 이를 테면 옷걸이는 겉은 플라스틱이지만 속은 철제로 되어 있어 버리기 애매하다. 나는 철제로 간주하고 옷걸이를..

LifeLog/2023 2023.04.24

서로 다른 성별 간 달랐던 진화적 요구

진화심리학자들은 신성한 것에서 기괴한 것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모든 행동이 번식을 위해 최고의 짝을 찾으려는 무의식적 욕구에서 동기를 부여받아 이루어진다고 상정한다. 우리는 짝을 끌어들여 자신의 DNA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게 하려는 엄청난(때로는 어리석기까지 한) 노력을 한다. 그래서 얼굴에 화장을 하고, 이두박근에 잔뜩 힘을 줘 보여주기도 하고, 인스타그램 팔로워 숫자를 과시하는 행동은 진화의 짝짓기 게임에서 필요조건이다. 우리의 이기적 유전자는 자기에게 가장 이득이 된다고 여겨지는 것을 원한다. 그래서 우리로 하여금 염색체를 합칠 사람으로 가장 촉망되는 짝을 찾아 나서도록 유혹한다. 진화심리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남성은 젊은 처녀에게 끌린다. 가임 능력이 최고조에 달해 있고, 경쟁자의 자식을..

Doodle 2023.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