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Log 136

자기통제력

헤이해졌다. 자기절제력도 약해졌다. 이유가 있다. 아빠와 누나가 집으로 돌아오면서 들뜬 것이다. 그들이 옮으로써 삶에 활력이 생기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부분적으로 상승한 것도 사실이지만, 근본적으로 내 삶은 바꾸지 않았다. 나는 아직 백수이고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증명을 하지 못했다. 이 기분은 분명히 도파민과 엔돌핀을 생성하는 데는 도움이 되는 것 사실이지만 내 시간을 레버리지로 사용하고 있다. 지식을 쌓아야 할 시간을 좋은 기분을 유지하는 데 사용한 것이다. 덕분에 12시 전에는 아무것도 안 먹는다는 원칙까지 금일 깨버렸다.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합리화를 했다. 안 된다. 저녁은 똑같이 먹을 거니까 같은 거 아니냐고? 아니다. 점심을 당겨서 먹은 만큼 내 식욕은 더 강해질 테고, 결과적으로 ..

LifeLog/2023 2023.05.01

양자컴퓨터

양자컴퓨터에 대해 알고 싶어, 책 한 권을 가볍게 읽어봤다. 읽는 내내 고통스러웠다. 그리고 약간의 현타가 왔다. 내가 지금 이 책을 읽는 동기는 무엇인가? 돈을 벌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정말 궁금해서인가? 솔직히 말하자면 양자컴퓨터가 미래 먹거리라고 하는 얘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양자컴퓨터 관련 주식도 일주일에 1주씩 사고 있다. 그게 내 행동의 본질이다. 그런데 나는 왜 이 주식을 사는 걸까? 미래에 잘 될 거라고 해서? 근거는? 그냥 유명한 사람들이 그랬기 때문에? 내가 하는 것이 지금 도박을 하는 것과 차이점이 뭘까? 그런 내가 아빠에게 주식에 관해서 잔소리할 자격이 있는 걸까? 그래서 책을 구매했다. 조금이라도 알기 위해서. 주식을 도박으로 취급하지 않기 위해서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

LifeLog/2023 2023.04.30

다윈의 사도

나는 신을 믿지 않는다. 그리고 내 인생에 특별한 변화가 없는 한 지금의 믿음 체계가 바뀔 거 같지는 않다. (굳이 종교를 찾자면 Darwinism의 어깨에 올라탈 거 같다) 여태껏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진화의 신비로움을 느끼는 요즘이다. 나와 물고기가 원래는 같은 종이었다니. 얼마나 신비로운가. 창조론을 믿는 이들은 인간처럼 고도로 복잡한 생명을 창조한 이가 신이 아니면 누구겠냐고 주장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인간의 기관은 비효율적인 게 너무 많다. 대표적으로는 기도와 식도의 위치이다. 귀도가 뒤에 있고 식도가 앞에 있으면 음식을 먹을 때 기도가 막혀 죽는 이는 없을 텐데. 왜 창조주는 우리의 숨구멍을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설계한 것일까? 그것부터가 의문이다. 아침에 닥터나우의 대표인 장지호 씨의 인터..

LifeLog/2023 2023.04.28

신뢰와 뒷담화의 관계

네 번째는 요소는 입이 무거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누군가한테 무언가 이야기를 했을 때, 그 사람이 함부로 말을 옮기지 않을 거라는 안심이 있어야만 신뢰할 수 있죠. 그런데 입이 무거운 사람이라는 인정을 받으려면 서로의 이야기를 지켜주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도 함부로 옮기면 안 되지요. 사람들은 보통 이걸 쉽게 간과하거든요. 만일 어떤 친구가 나한테 와서 “얘, 세상에 캐롤라인 이야기 들었어? 걔네 지금 이혼하려나 봐. 남편이 바람을 폈대.”라고 한다면, 그 친구는 자신이 말할 자격이 없는 이야기를 함부로 말하고 다니는 거죠. 그러면 그 친구에 대한 신뢰가 사라지는 겁니다. 나에 대한 이야기도 남들한테 그렇게 가십거리처럼 하고 다닐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될 테니까요. 그래..

LifeLog/2023 2023.04.27

비만은 개인의 노력으로 고칠 수 있는 걸까? (Feat. The Science of Fate)

10월에 유럽 여행을 갔다 오고 나서 내 몸무게는 82kg이었다. 내 키가 174(반올림 ㅋㅋ)인 것을 고려하면 비만이 틀림없다. 나는 체중 감량에 나름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내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근거가 있었냐고? 근자감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 있는가? 체중이 이렇게 불어나는 게 두려웠던 나는 체중 감량을 하기로 결심했다. 근자감은 취소하겠다. 사실 살을 뺄 수 있다는 근거가 미약하지만 하나 있었다. 예전에 중학생 때 며칠 굶었더니 체중 감량에 성공했던 게 그 이유다. (사실 더 먹었어야 했는데, 진화압이 작용했다) 그 나이 때는 기초대사량이 성인보다 뛰어날뿐더러 활동량도 많기 때문에 빠르게 살이 빠질 수밖에 없다. 나는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랑 같다고 착각한 것이다. ..

LifeLog/2023 2023.04.26

스스로 업을 규정할 수 있는 인간이란

어떤 이는 (업을 기준으로) 세상에는 2가지형 인간이 있다고 한다. 창업형 인간과 직장인형 인간이 바로 그것이다. 나는 창업형 인간일까, 아니면 직장인형 인간일까? 아마 직장인형 인간에 가까울 것이다. 그렇다면 직장인형 인간인 열등하고 창업형 인간은 우월한 걸까? 사람에 따라서는 그럴지도 모르겠다. 창업에 성공한 어떤 이들은 목에 힘이 들어간 상태로 대중에게 "창업하세요! 저처럼 여러분들도 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파하니 말이다. 나는 어떻냐고? 창업형 인간을 열망하는 것은 맞지만, 내 현재 인간상은 직장인형이기 때문에 내가 속할 집단이 열등하다고 말은 못 하겠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내심 그렇게 생각하는 걸지도 모른다. 스스로의 상태가 열등하다고 생각하니 더 나아 보이는 인간상을 욕망하는 것 아니겠는가..

LifeLog/2023 2023.04.25

우월함과 열등함

나의 엄마는 스스로를 수동적인 사람이라 칭한다. 그녀는 가끔씩 나에 말한다. 도전하는 사람이 부럽다고. 무엇이든 주도적으로 하는 이들이 부럽다고. 그리고 우리 가족 같은 경우는 나의 누나와 아빠가 엄마가 욕망하는 인간상(그들은 주도적인 성향을 가졌다)에 가깝다. 나의 엄마는 주도적인 인간을 욕망하고 그들을 모방하려고 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엄마가 모방하는 특성(여기서는 주도적인 인간이라고 할 수 있겠다)은 우월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나와 엄마가 가진 수동적인 특성은 열등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녀는 자신이 주도적이고 도전적으로 사는 이들을 욕망한다고 해서 수동적으로 사는 인간을 열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글쎄. 나는 솔직히 이 주장은 모순이라고 생각한다. 우월함과 열등함이란 단어가 부담스..

LifeLog/2023 2023.04.25

깨시민이란 자부심

나는 스스로를 나름 깨어있는 시민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시쳇말로 깨시민이라고 한다지?). 특히 분리수거할 때 그런 느낌을 많이 받는데 그 이유는 분리수거를 잘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인터넷에 검색도 해보고, 이물질이 묻어있으면 세척하고, 끝끝내 이물질이 제거되지 않으면 일반 쓰레기로 배출하는 나. 이 정도면 분리수거를 잘하는 모범시민 아닌가? 그렇지 않다. 이 역시 개인적 자위일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겠지만 나 역시 분리수거를 하면서 어디에 배출할지 애매한 순간이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지레짐작으로 버리곤 한다. 나의 직감을 믿는다. 왜냐고? 나는 분리수거 모범 시민이니까. 이를 테면 옷걸이는 겉은 플라스틱이지만 속은 철제로 되어 있어 버리기 애매하다. 나는 철제로 간주하고 옷걸이를..

LifeLog/2023 2023.04.24

특별한 사람이란 (feat. 귤밭으로 간 한의사)

아침 시간에 우연히 인간극장을 방영하는 채널이 시야에 잡혔다. 마침 나와 비슷한 또래들의 삶을 그리고 있어 관심이 갔다. 그들은 제주도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청년들이었다. 그런데 그 농부들 중 한 명이 이런 말을 했다. "어릴 때부터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어, 20살 때부터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했는데, 지금의 현왕이 형(한의사 형)이 나에게 연락해 같이 농사를 짓자고 했어요. 형은 특이한 이력(한의사)을 갖고 있었고 형이랑 함께하면 형이 저를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가 한 말 중, '특별한 사람'이라는 문구가 나의 머릿속에 맴돌았다. 특별한 사람이라... 인터뷰어는 왜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할까? 남들과 구분되고 싶어서? 그렇다면 왜 남들과 구분되어야 하지? 남들처럼 평..

LifeLog/2023 2023.04.24

개발자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습니까?

나는 컴퓨터공학과를 전공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러하듯 점수에 맞춰서 과를 선택했다. 아빠의 권유도 있었다. 컴퓨터를 잘하면 도움이 되지 않겠냐며. 3수를 했음에도 그냥 시스템에 맞춰서 공부를 한 것이다. 모두들 공부를 하니까. 모두들 대학에 가니까. 나만 안 가면 도태되는 거 같으니까. 사회의 지배적인 시스템에 속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내 시야를 가렸다. 나는 그때까지 뭘 해야 할지 몰랐다. 이 얘기를 왜 하는 거냐고? 개발자가 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나 기업 자기소개서에 나오는 단골 질문이 있다. "개발자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습니까?"가 그것이다. 이 질문은 나를 매우 곤란하게 한다. 개발자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냐고? 소위 말해서 나의 열정을 말해보라는 건데. 흠, 글쎄. 모방한 목표..

LifeLog/2023 2023.04.23